▲ 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
일본제국주의 침략전쟁의 과정에서 행해진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예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군에 의한 성범죄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군 성노예'라 부를 정도로 이 문제를 심각한 국제적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일본군대에 의해 끌려간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등의 여성들이 성노예로서 전장에서 전장으로 끌려 다니며 잔혹한 인권유린에 처해졌음을 여러 차례 인정했고 일본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제 해결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그 근거가 되는 제도 역시 마련돼 가동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의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문제해결 노력은 부족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피해자 20여만명 중에서 생존해 진실규명과 사죄를 요구하는 70명도 안 되는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에 의해 1992년 시작된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는 올 해 20년 째를 맞이하고 있으나 일본은 여전히 1965년 한일 수교 당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한복을 입은 어린 조선의 소녀 형상의 '평화비' 철거를 요구하는 등 사과와 배상책임에 대해 회피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이행하라는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국가에 의한 문제해결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가운데 정신대문제해결을 위한 민간단체들은 10년 가까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을 준비해 왔으나 일부 독립유공자 단체들의 반대로 인한 서대문독립공원 내 건립 좌절, 서울 마포구의 새로운 건립 공간 마련 과정에서의 재원부족 등으로 개관이 늦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박정희기념관ㆍ도서관'이 얼마 전 동일한 행정구역인 서울 마포구에 개관했다.
반민족 친일행적의 의혹을 남기고 분쟁의 불씨마저 남기며 한일청구권 협정을 이끈 전직 대통령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상당한 국고지원 속에서 위용을 과시하며 건립된 데 비해 전쟁과 인권, 평화를 주제로 하는 소박한 기념관이 건립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대체로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가운데 외롭게 생을 마감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을 천부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더럽고 수치스러운 존재로 낙인찍는 풍조가 지금도 남아있음을 생각하면, 과거 그 피해자들이 집으로 돌아와 당했을 정신적 피해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행을 저지른 일본과 일본의 시각을 추종하는 일부 우리 정부 관료 및 국민들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다시는 전쟁과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지속적으로 증언하고 항의하는 일본군 피해자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 눕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충남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이들이 그토록 원하고 동시에 법령이 지향하는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인권 증진'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문제의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 역시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문제의 본질을 기억하며 다음세대, 학생들에게 문제의 본질,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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