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이 K리그 산 역사이자 구단의 '레전드'인 최은성(41ㆍGK)과 재계약이 결렬되면서 촉발된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모습이다.
팬이나 서포터들은 '사장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물러설 뜻이 없음을 천명하고 있으며 타 구단 서포터는 물론 시민들까지 동참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 불거진 승부조작 파문 이후 수립된 '쇄신발전방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사장의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로 후퇴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7일 대전시티즌 서포터 및 지지자연대 등에 따르면 오는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전북현대와 홈 개막전에서 과격시위는 자제하되 다양한 퍼포먼스 등 조직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팬들은 홈경기 직후 사장실을 점거, 요구 관철을 위한 농성을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지자연대 A씨는 “개막전에서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안티 배너(걸개)를 100개 이상 제작했고, 최은성이 새겨진 대형 통천으로 본부석(VIP)의 경기관람을 방해할 구상”이라며 “전북현대 서포터와 협의해 공동으로 항의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전반 21분(최은성의 등번호가 21번)에는 30m 이상의 대형 통천으로 최은성의 복귀를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경기시작부터 20분간 전북 서포터와 함께 안티 배너를 걸 계획”이라며 “일부 팬들은 사장실을 점거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포터 등의 강력 반발은 김광희 사장의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에 기인한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뇌관은 최은성의 재계약 불발로 촉발됐지만 이전부터 시한폭탄처럼 잠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직원들 역시 김 사장의 업무 스타일에 어려움을 겪지만 이렇다할 항변조차 못하고 일부 직원은 퇴사하기도 했다.
특히 김 사장은 지난달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퇴직금 300% 인상을 추진하려다 몇몇 이사의 반대로 부결됐고, 다만 업무 추진비 2400만원을 신설하는데 그쳤다.
직원들의 연봉이 많게는 400여만원 가량 깎였지만 퇴직금 인상 추진과 업무추진비 신설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대전시티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김 사장과 관련된 많은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타 구단 서포터나 시민들 역시 김 사장 퇴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대전시티즌의 쇄신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김 사장이 퇴진하고 하루 빨리 전문경영인이나 전문축구인을 영입,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축구팬 윤모(여ㆍ38)씨는 “지난해 승부조작 파문으로 대전시티즌이 쇄신발전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껏 지켜진게 뭐가 있느냐”며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장 퇴진 등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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