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정치를 하면 과학적인 정치가 될까?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 온 24개 과학기술단체의 결사체인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이 단단히 뿔났다. 7일엔 정치권이 4ㆍ11 총선에서 이공계 출신 인사에 대해 공천에서 배려하지 않는다며 매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의 요구는 의견 개진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다.
그리고 세부적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사람 58명을, 민주통합당은 저런 사람 23명을 공천해 달라고 콕콕 찍은 명단까지 정당 측에 넘겼다. 비례대표제 공천 요구에, 보기에 따라 떼쓰기로 오해 살 만한 유력 지역구 전략공천 요구가 들어 있다. 이들이 넘긴 명단 중 정갑윤, 이철후, 부상일 후보, 그리고 대전 중구의 강창희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을 통과했다. 강 후보는 '비이공계이지만 과학기술에 소양이 있는 범(汎)이공계 인사'로 분류됐다.
대과연이 제시한 정계 진출 당위성은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상무위원들의 주류를 이공계 출신이 이룬다. 하지만 이는 특수성이지 어디에나 일반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의원 530여명 가운데 화학자, 물리학자 등 과학적 배경을 가진 의원은 24명 정도라 한다. 우리 18대 국회에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은 13명으로 알고 있다.
이 인원이 결코 많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서 지지하거나 천거하는 방식은 정치공학적으로 아귀가 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전체 학부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라 해서 몇 명이 국회에 진출해야 적정한지의 기준과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기 전이다. 또한 가더라도 정치와 정책의 전문성 추구를 위해 가야지, 소외의식 해소가 목적이라면 과학기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교수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공동 선두를 기록했을 때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치인과 과학자를 비교하는 것으로, 과학자가 이긴다 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는 요지였다. 그러면 정치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해야 하는가? 과학자가 정치인이 되고서도 과학자의 눈을 유지할까? 이런 부질없는 생각은 그러나 본질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국회에 과학기술 관련법이 많고 에너지, 국방, 산업, 환경, 디지털 등 과학기술 전문성이 요구되는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이 3분의 1이 된다. 그래서 비례대표 10%, 지역구 후보 20%를 공천해 달라고 한다면, 그것도 2번, 7번, 12번 등 당선 가능성이 높은 번호에 배정해 달라는 디테일한 주문까지 곁들인다면 다소 비과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선진국 도약을 위해 과학기술을 의정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려면 그 방식까지도 적절해야 한다. 새누리당 공천이 어려워지자 과기계가 7일 언급한 박영아 의원은 “공천 때 과학계 신인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이전에 말했었다. 그도 한 방법은 되겠다. 그러나 이공계가 제시한 정치인 충원 방식이 과학으로는 몰라도 민주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떠오른 것은, 정치는 순간이지만 방정식은 영원하다는 말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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