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사회부장 (부국장) |
1989년 충남도로부터 당시 직할시로 분리된 대전은 1993년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도시발전의 가속도를 붙여왔다. 엑스포 개최는 10년에서 혹자는 20년 가까이 대전발전을 앞당겼다고 서슴없이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엑스포 개최에 따라 눈부신 발전을 해 온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논과 하우스 단지였던 둔산 신도시 일대를 상상해보라. 불과 2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대전이 자랑하는 대덕연구단지에라도 가려면 먼지가 풀풀 나는 도로를 이리 꼬불 저리 꼬불 다녔음을 기억할 것이다.
도심의 멀찍한 변두리가 엑스포와 더불어 지금의 도심으로 성장한 것을 두고 '한강의 기적'에는 견줄 수 없을 지 몰라도 '갑천의 기적'이라 감히 부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93엑스포는 대전의 사회기반시설 확충은 물론 성숙한 시민의 모습까지 두고두고 자랑으로 여겨져 왔다. 적어도 얼마간은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엑스포는 골칫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왔다. 벌써 몇 번에 걸친 재개발의지는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과 다름없었다. 제대로 시작조차 못해보고 덩그러니 덩치만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다. 엑스포 재창조사업이 복합테마파크 조성으로 가닥을 잡고 당장 이달부터 세부작업을 본격화하는 등 길고 긴 동면에서 깨어나 20년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우선 현재의 엑스포기념관 리모델링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 예전의 영광을 살핀다. 기념관은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공간보다 훨씬 넓게 만들어 각종 세계엑스포 기념품 전시관을 비롯해 모형 전시관을 조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국가적인 프로젝트인 'HD드라마 타운'도 엑스포부지에 위용을 선보인다. 'HD드라마 타운'은 지난해 기본계획 수립에 이어 이달 중 실시설계 용역공고와 함께 설계에 착수한다. 전천후 스튜디오 5개 동과 특수세트 1개 동, 야외세트 및 미술세트 등이 들어서는 'HD드라마 타운' 조성작업은 2014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벌써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HD드라마 타운'은 대전이 첨단영상의 메카로 거듭날 기회이기도 하다. 5개 동의 스튜디오중 2개 동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튜디오로 건립되고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각종 첨단장비가 이곳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음 달 중으로 기본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롯데테마파크는 엑스포재창조의 또 다른 관심거리다. 대전시와 롯데간 양해각서 체결만으로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에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도무지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 단락에서 감히 제안해본다. 일단 믿어보자고. 엑스포 개최가 대전발전을 10년, 20년 당겼다고 하면 엑스포재창조 역시 10년, 20년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서 말이다. 그리고 복합테마파크로 거듭나는 엑스포재창조사업에 대해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하우스 텐 보스(Huis ten Bosch)'를 벤치마킹해보길 또 제안해본다.
하우스 텐 보스는 네덜란드 말로 '숲 속의 집'이란 뜻인데 대전엑스포보다 한해 빠른 1992년 3월 개장했다. 소위 일본이 한창 잘 나갈 때 어마어마한 규모의 테마파크를 조성한 것이다. 그런 하우스 텐 보스가 일본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문을 닫을 처지에까지 이르렀지만 지금은 위기극복에 어느 정도 성공해 하우스 텐 보스의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던 하우스 텐 보스는 몇 해 전 관 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운영권이 넘어가면서 최근에야 흑자기조 문턱에 올라서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테마파크인 하우스 텐 보스를 보면서 복합테마파크로 거듭나는 엑스포재창조 사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엑스포가 과거의 영광처럼 재창조를 통해 다시 한 번 대전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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