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혜순 논산 구자곡초 교감 |
천주교 신자인 나는 식사 전 꼭 기도를 한다. 그러나 업무의 끝맺음이 안 된 뇌 세포의 분주함으로 인해 식사 후 감사기도는 자주 잊게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감사할 일이 수없이 많은데도, 이렇듯 감사를 잘 떼어먹는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자존권(자기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기 보존권)만 회복된다면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든다. 자존권 회복의 필요조건은 바로 모두에게 감사드리는 일이다.
조금 편안하게 주변의 모든 것을 즐겨보며 감사거리를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삶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풍성하고 소중하다. 그러니 오늘은 발걸음을 늦추고 주변에 있는 놀라운 보화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아침마다 혹은 자주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은 나 자신만을 위한 잔치다. 잘생긴 얼굴을 하나씩 뜯어보자. 초롱초롱한 눈망울, 균형잡힌 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내 뜻을 밝혀주는 입의 조화를 보며 왜 이렇게 잘 생겼나 자만심도 가져보고, 건강한 신체를 비춰보며 의젓함에 젖어 보면 어떨까.
자칫 '나'라는 자기도취와 이기심에 빠질 위험도 있지만 이처럼 존귀한 '나'를 있게 하시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신 선생님과 이웃 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릴 수 있다. 매번 거울을 볼 때마다 학생들과 함께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치면서 잘생긴 나를 감상할 기회를 가져 보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감사를 드리고 나면, 이제 유리에 비친 '우리'를 찾게 하자.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오로지 '나' 자신만 있을 뿐이지만, 유리에 비친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보면서 그들이 내 곁에 있음을 감사하고, 소통할 수 있고, 웃음과 한숨을 나눌 수 있음을 알게 하고 학생들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쳐보게 하자. 이런 과정을 자주 거치면 우리는 혼자라는 원소가 아님을, 서로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우리'라는 울타리의 사랑의 분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공기,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푸른 하늘, 새벽녘의 여명 속에서 아침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닭의 낭랑한 목소리, 온 세상을 밝혀주며 떠오르는 둥근 태양, 붉게 물든 저녁노을, 봄을 맞이하며 재잘대는 계곡의 물소리,해맑게 웃는 어린아이의 얼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웃의 친절. 이런 것들은 자연의 선물이며, 우리가 사람들을 통해 날마다 누리는 축복이다. 이 축복된 매 순간을 몸 세포, 마음 세포 가득히 느끼고 아이들과 함께 '감사합니다' 라고 외쳐보자.
새 학년 새 학기 3월을 맞이하면서 잘생긴 '나'를 예찬하고 감사드리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우리'가 있음을 감사드리는 습관을 가지게 하고, '감사합니다'를 많이 외치는 학생에게는 푸짐한 상도 준비해 주자. 또한, 매일 매일 감사일기도 적어보게 하자. 첫날에는 두 가지, 세 가지, 적어 내려가다 보면 감사할 일이 자꾸자꾸 늘어날 것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습관화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좋은 면이나 작은 행복에 포커스를 맞춰 감사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하면 학생들의 자존권은 튼튼하게 회복되리라 확신해 본다. 하루에 수백 번씩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다 보면 자연적으로 웃는 얼굴이 되고 덩달아 운도 좋아지지 않을까. '감사합니다'를 생활화하다 보면 감사했던 일들이 감사하게 이뤄지리라 생각하면서 이제 나도 식사 후 기도 뿐만이 아니라 매 순간 감사기도를 떼어먹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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