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선 충남경찰청장 |
취임 100일을 맞은 정용선<사진> 충남지방경찰청장은 역점 추진하고 있는 '노인안전대책'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 청장은 “집에서 꽈리고추와 잎담배 농사를 지었는데 한 여름에 비닐하우스 속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 땀이 비오듯 쏟아져 참기 힘들 정도였다. 시험 때가 되면 공부를 핑계삼아 일을 하지 않았지만 내 속을 훤히 알고 있는 부모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고 죄송한 마음을 곱씹었다.
이렇게 공부를 핑계로 집안 농사일을 외면했던 정 청장은 경찰대학 진학 직후 철(?)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정식 입학식 전 가입학 훈련기간 중 혹독한 훈련과 기합마저도 나 스스로를 위해선 당연하다고 여기는 나를 발견하고, 그동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드리지 않은 것이 너무 죄스러웠다. 남자들은 왜 군대에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고들 하는지 알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그래서 1학년 여름 방학 이후부터는 방학이나 주말이면 주로 시골로 내려가 부모의 일손을 열심히 도왔다. 2003년 당진경찰서장을 할 때에도 쉬는 날에는 모내기나 농약살포를 도왔다.
그는 “부모님이 아주 놀라셨다. 마음 속으로 정말 뿌듯했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정 청장이 노인안전대책을 추진한 이유는 비단 고생한 자신의 부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우리 부모님을 포함한 어르신 세대는 경제발전과 자식에 대한 헌신으로 평생을 사셨지만, 이 분들에게 돌아온 것은 가난과 질병, 그리고 외로움 뿐이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또 “시골 노인들은 조금 있는 돈마저 가짜 건강식품 판매나 보이스피싱 사기에 잃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빈집털이나 교통사고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말 불쌍한 분들이다. 자식으로서, 또 이 시대 후손으로서 미약하지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노인안전대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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