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후유증이 빚은 '무소속 변수'가 얼마나 될까. 과거 사례에서 힌트를 찾아본다. 무소속 당선자 수가 1988년에는 적었고 1992년에는 많았다. 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씨 중심의 지역 경쟁이 딱 4분할될 때 성적이 나빴고 둘로 양분될 때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선거 구도가 다중ㆍ다층화된 지금 시점에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통합당 영등포당사에서 공천심사에 반발한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 지역구 지지자들이 시위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
단수 공천에 반발하는 예비후보가 신경 쓰이는 건 보수 진영, 진보 진영이나 같지만 지역별 온도차는 감지된다. 대전 6곳, 충남 10곳, 충북 8곳에 세종시 1곳까지 25석이 됐지만 정당의 고정된 지역 장악력이 약한 충청권의 속내는 그야말로 복잡하다. 그에 비해 4ㆍ11총선을 대선 포석 깔기 쯤으로 여기는 대구ㆍ경북은 단선적이다. 2008년 총선에서와 같은 무소속 돌풍 재연을 바라보기 힘든 이유다.
그러기엔 '어중간'하다. 어중간할수록 뒤베르제가 말한 '선거제도의 효과'가 강하다. 우리 선거제도가 제1당, 제2당에 유리하고 무소속 후보 득표율은 의석수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 13대 때 9명, 16대 5명만이 당선된 것도 불비례성 영향이 크다. 거칠게 정리하면 충청권의 현 상황은 자민련이 약화되면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치열하게 싸운 16대 선거와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무엇보다 A당에 실망하더라도 무소속으로 안 가고 B당이나 C당을 대안정당으로 갈아탈 공산이 커진 것, 이것도 변수다. 그러나 유권자의 속마음은 여론조사로도 모른다. 유동성이 큰 수도권이나 대전ㆍ충남처럼 정당의 지역 장악력이 약한 곳은 바람을 타기 쉽다. 그 바람이 선거 구도를 흔들고 당락자 얼굴을 바꿀 수도 있다.
표면상으로 지역 유권자들은 지역을 대변할 힘 있는 정당을 원하지만 바람의 알 수 없는 속성은 정당 후보자들에겐 끝까지 두려움의 대상이다. 15대까지 단 1명의 무소속 당선자가 없다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6곳에 무소속의 깃발을 꽂은 호남의 학습효과도 겁나는 대목이다. 후보자 중에 현실정치의 불만을 메워주면서 당선 가능성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는지도 변수다.
무소속 후보자의 필수 구비사항은 '왜 무소속인가'의 아주 진한 명분이다. 시스템 공천을 가장한 시스템 학살로 공천 탈락했다고 주장한다고 곧 표가 되지는 않는다. '물갈이 공천' 때문이면 기성정치 심판으로 먹힐 약발은 더 떨어진다. 과거 3당합당으로 무소속이 급증할 때와 같은 정치환경 변화가 없는 가운데서, 정치단위 없는 무소속은 정당 후보자보다 강력한 포스의 정치 효능감을 인정받아야 한다.
변수는 더 있다. 총선 판도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 제3당과 군소정당, 무소속이 가세해 치러질 조짐이다. 대전ㆍ충청권 역시 다자구도, 정확히는 '양강+다자 중소' 대결 판도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공천에서 배제당한 민주당 구주류는 민주동우회(가칭) 결성을 검토 중이다. 자유선진당 쪽도 술렁인다. 새누리당의 친이계는 무소속연대를 저울질하며 정치적 틈새시장을 노린다. 이러한 움직임이 정당정치 낙오자들의 정치적 이합집산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정당정치의 지역적 고정성이 약한 충청권에는 더 그렇다. 무소속 후보의 존재감이 그저 정치적 초과수요로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언급하지 않은 변수도 많다. 가랑비는 오는데 이래저래 후보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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