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존재감을 놓친 선진당

▲ 맹창호 천안

자유선진당이 제3정당의 필요성과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일부 법률개정안 처리과정에서다.

이날 공직선거법 처리과정 당시 국회 본회의장 재석의원은 174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92명(52.9%)의 의원은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게리맨더링(특정정당이나 특정후보에 유리하도록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선거구)을 합법화한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39명(22.4%)의 의원은 이를 반대했고, 43명(24.7%)은 기권표를 던져 최소한의 양심을 지켰다.

이를 분석해 보면 반대나 기권표를 던질 11명의 의원만 더 있었다면 반대의원이 93명(50.2%)으로 온 국민의 분노와 손가락질을 받는 여야의 밀실야합은 보기 좋게 무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자유선진당 소속 국회의원 15명 가운데 표결 참여자는 2명에 불과했다. 김낙성(당진) 의원만 반대표를 던졌고, 어이없게 이진삼(부여ㆍ청양)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자유선진당은 거대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의 합의로 정개특위와 법사위마저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역부족임을 지레짐작 했던 듯하다.

최근 이상민과 김창수의원 마저 빠져나가 15명에 불과한 비교섭단체로 거대 양당에 맞서 자포자기 심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간 일에 가정이란 무의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처럼 선진당의 15표만으로도 완벽히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기회가 왔는데도 이마저 살리지 못한 것은 천안을 분구 무산 등 충청의 이익이 철저히 무시된 마당에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충청권에 그토록 중대한 법률안이 통과되는 그 시점에 나머지 13명의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었을까? 탈북인권을 위해 단식투쟁 중인 박선영(비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은 이날 국회표결에 불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게리맨더링을 도와주는 꼴이 됐다.

자유선진당은 빛바랜 변명보다 자기반성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