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맛을 간직한 곳을 꼽으면 흔히들 안동 하회마을이나 독특한 구조의 사대부 집들이 있는 경주 양동마을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도 이에 못지않게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온 듯 옛 맛을 찾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 외암마을 건재고택(중요민속자료236) |
마을의 진산인 설화산의 우뚝 솟은 바위라는 뜻으로 조선 숙종때 대학자인 이간(李柬)이 자신의 호를 '외암'이라고 해 마을이름이 외암이 됐다는 설이 있다. 또 외암리 서쪽에 조선 초부터 시흥역이라는 '역말'이 있었는데 외암마을은 이 역말의 말들을 거둬 먹이던 '오양골'이라고 불렸으며, 이 '오야'에서 '외암'이라는 마을명이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어쨌든 아직 찬바람이 매섭지만, 햇살만큼은 이미 봄의 향기를 잔뜩 머금은 요즘, 자녀들과 또는 연인ㆍ친구들과 외암마을을 찾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외암마을에는 안길을 중심으로 샛길이 이어지는데 돌담장이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마을의 지질구조는 지표면에서 일정한 깊이의 지층까지 호박돌로 이뤄져 있어 경작지를 만들고 집터를 닦으면서 캐낸 돌로 담장을 쌓은 것이란다.
이런 돌담장길은 무려 5.3㎞에 달한다. 사람 키 높이의 돌담장은 정다운 고향어귀처럼 동무들과 함께 어울리던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외암마을을 구경하다보면 구석구석에 물길을 끌어 들인 것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진산인 설화산의 발음이 화산과 같아 그 불기운을 잠재우기 위해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내수구인 '앞내'를 인위적으로 집집마다 통과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물줄기는 불이 날 때 방화수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여러 집을 돌며 생활용수로도 쓰인다.
마당을 지나면서 곡수와 연못을 만들어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기도 한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외암마을은 1988년 8월 '전통건조물 보존지역 제2호'로 지정됐고, 택호가 있는 기와집 등 많은 문화유산이 있어 마을 자체가 국가 중요민속자료(제236호)로 지정돼 있다.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외암마을은 유명 TV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옥이이모와 임꺽정, 찬란한 여명, 여울, 당신, 덕이, 꼭지, 소문난 여자, 새엄마, 야인시대 등이 여기서 촬영됐고, 소릉, 동첩,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 배경으로 이용됐다.
이곳에선 계절별로 농장체험을 비롯해 기와와 초가 및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민박체험, 인절미나 조청한과ㆍ김치 담그기 등 전통 음식 만들기 체험, 널뛰기ㆍ제기차기 등의 민속체험도 할 수 있다. 전통 떡메치기 체험장에선 산수유가 피는 봄에 즉석에서 쫄깃한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매표소 쪽에는 민속관과 국악공연장 등이 있는데 이곳에서 전통혼례식도 할 수 있다. 한복도 여러 벌 있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색상을 골라 즉석에서 전통혼례를 올리는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충남도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외암 민속마을은 문화재적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마을 전체의 구조와 배치를 보고, 주변의 자연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안목, 어울림과 절제의 미학, 그 속에 녹아 있는 고도의 정신세계를 이해해 보는 것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화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전통의 멋을 간직한 외암마을. 조상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외암마을에서 주말이나 휴일, 휴가를 고즈넉하게 보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천안~ 국도21호~아산시내~국도 39호~외암리
●주변 관광지
현충사, 맹사성 고택, 민속박물관,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영인산자연휴양림
최두선 기자 cds081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