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앞다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언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와 정치권의 비정규직 대책이 진정성과 이행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선거용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과 해법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대전ㆍ충남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통계청에서 매년 2차례 실시하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국내 비정규직 숫자는 599만 5000명으로 6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 1751만 명의 34%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체 취업자 3명 중 1명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 사정도 마찬가지다. 해당 통계를 기준으로 대전과 충남 지역 전체 임금근로자는 117만9000명이며, 이 중 비정규직은 41만4000명으로 전국 평균 보다 높은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규모는 이를 크게 상회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추산하고 있는 국내 비정규직 숫자는 임금근로자의 47%를 상회하는 831만2000여 명에 이른다.
이 같은 통계상 차이는 산출 기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통계청 조사에서는 근무 기간을 정해놓지 않은 학원강사와 식당 종업원 등 사실상의 비정규직 숫자가 포함되지 않으며, 사내 하청 직원이나 자영업체 직원들도 정규직에 포함된다.
결국 같은 사업장 안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최소 3명 중 1명, 많게는 절반 가량이 비정규직 신분으로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과 처우에 시달리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상시적인 고용불안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비정규직 해법은=최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사내 하청을 가장한 불법파견이 판을 치고, 이런 부분들이 통계상 혹은 법적ㆍ제도적 허점에 가려진 사각지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우려하듯 선거용 선심성 공약에 그치고 만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
실행가능한 정책을 만들고, 그에 필요한 예산과 구체적인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또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서도 노동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와 사내하청 및 용역ㆍ외주화 등 간접고용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 해법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사용사유 제한과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 차별철폐와 간접고용의 원칙적 금지 등의 대책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근로자파견법' 폐지 등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치권에 주문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유용문 미조직비정규 부장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의제화 되면서 정치권이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알맹이가 빠져 있는 내용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은 정상적인 근로 형태가 아니고 필요한 부분에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하지만 현재 비정규 노동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간접고용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간접고용을 철폐하기 위한 법ㆍ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에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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