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오늘날의 40대가 외환위기 이전에 이미 사회에 진출한 마지막 세대다.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 직장을 골라들어갈 수 있었지만,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외환위기를 맞았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사다리가 사라진 경험을 갖고 있다. 이 40대의 자화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안'이다. 오늘의 일자리가 내일은 생활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고 자녀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갈수록 생활고는 깊어지지만, 노후 생활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대기업의 정규직이라고 해도 억대 연봉을 받더라도 언제든지 중산층에서 낙오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모든 세대가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겠지만 40대가 느끼는 불안감은 특별하다. 70~80년대의 한국경제 성장기의 혜택을 본 세대이지만 사회에 진입한 때에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의 근저에는 전체 국민소득 중에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떨어지고 자본소득분배율은 높아져만 가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선진국이 70~72%대를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이 한국은 2011년 기준으로 60%가 안 된다. 지난 3년 반 동안 서민 생활물가는 22% 오른 반면에 실질 소득은 마이너스 3%를 기록했다는 것에 가장 민감한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일자리 불안의 배경에도 정규직, 대기업, 공공기관의 중심부 일자리와 비정규직, 저임금, 중소기업의 주변부 일자리로 나뉜 이중구조 탓이 크다. 두 개의 노동시장 간의 이동은 거의 없다. 중심부 일자리는 막혀 있고 한번 주변부 일자리로 들어서면 평생 주변부 일자리를 전전해야 한다.
사회보장에 있어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안정적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서 보험료를 납부하는 계층은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 계층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어 있다. 일자리의 8%를 담당할 뿐인 대기업은 갈수록 성장하지만,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전망은 암울하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진학한 대학 등록금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나마 별도의 취업 과외비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을 마치고나서는 대부분 주변부 일자리에 편입되어 교육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지도 못한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저축 가능액을 모아서 30평짜리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47년이 넘게 걸리는 부동산의 이중구조가 문제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보유 자산의 격차는 474배에 달한다.
각 정당이 40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정책과 이슈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적어도 예전과 같은 지역주의나 토건개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생활 이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40대들의 주요 관심사는 삶을 잠식한 '불안의 해소'다. 아직 각 정당이 인물을 최종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슈 쟁점화는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토건형 지역개발이나 정치적 쟁투로는 40대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가 삶의 불안을 넘어서 계획이 가능한 생활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40대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고 사로잡기 위한 정당들의 정책 경쟁과 대결이 벌어지는 정치를 기대한다. 희망을 만드는 선거가 2012년에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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