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부쩍 많이 듣는 단어중 하나가 '연대'다. '보수연대' 중에서는 거센 민주통합당 바람을 차단하려는 '충청권 연대'가 관심사다. 그런데 설전도 오가고 분석이 분분한 것 치고 팩트(사실)는 빈약하다. 자유선진당은 새누리당이 후보를 안 내면 연대하겠다. 새누리당에서는 그건 힘들다. 그래서 어렵다. 이 정도 수준으로 요약될 것 같다.
'같다'라는 애매한 형용사는 두 당의 머리싸움으로 막연한 시추에이션을 나타낸다. 가장 진도가 나간 것은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설 연휴 후 찾아와 합당을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의 발언이다. 새누리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김호연 의원(천안을)의 “합당 수준의 합의”는 앞질러간 것이다. 선진당 쪽에서 펄쩍 뛰었고 황우여 원내대표실조차 “기사 보고 알았다”고 했을, 딱 그 정도만이다.
아무리 절실해도 상대방이 있다. 사실 “여당이 충청 후보 안 내면 받겠다”는 높은 단계의 연대에서나 가능하다. 게다가 선진당이 충청권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고 새누리당도 금명간 공천자를 확정한다. 자연스러운 논의 진행은 점점 힘들어진다. 가능성 제기에 머물지 급물살을 타서 합당 차원으로 진화할지는 아직 소설의 영역이다.
현실성은 오히려 느슨한 연대 방식에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선진당이 충북 일부 지역에서 추진했던 제한적인 연대처럼 말이다. 당연히 '부적절한 관계' 시비도 일었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연대도 이런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그때는 '세종시 원안 고수'를 매개로 공천 조율 명분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명분이 더 약한 시점은 어찌 보면 지금이다. 통합진보당 대전시당의 표현처럼 “몰락을 피해 보려는 두 정당의 몸부림”으로 비쳐지면 '긁어 부스럼'이고, 선거만을 위한 과거 회귀로 찍히면 설령 통합해도 정당 충성도가 낮은 충청권인지라 득실이 불확실하다. 그걸 생각해서였는지 이회창 전 대표도 “합당은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절대로'와 같은 부사는 정치의 친구가 아니다. 스티븐 킹의 글쓰기 권고를 원용하면 그렇다. '절대 안 되는'보다 '안 되는'이 '되는' 쪽으로 옮겨가기 쉽고 빠져나오기도 쉽다. 상황에 따라 선택이 바뀌는 스윙 보터(swing voter) 선거구가 몰린 충청권이다. 24곳에서 대전 동구, 중구, 서구을, 충남 천안을, 공주·연기, 아산, 홍성·예산 등 10곳이다. 이 숫자는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인 바람의 선거구인 충청권은 따라서 선거 풍향계다. 하지만 만약(킹의 글쓰기 권고 중엔 '만약으로 시작하라'는 것도 있다.) 충청권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내지 않으면 연대하는 조건을 받는다면, 그러한 선진당의 우선적 입지를 보장하고 새누리당이 무얼 얻는가. 이도 애매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선거연대 움직임에 '바싹' 긴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바싹'이라는 부사도 정확한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많이 긴장한 쪽은 공멸 공감 속의 보수 진영이다. 열린우리당이 충청권을 휩쓸던 17대 상황의 재연이 특히 두렵다. 이럴 땐 '형부'(형용사와 부사)를 피하고 '명동'(명사와 동사)으로 가야 하는데, '명동'도 별로 말할 게 없다. 고작 분명한 것은 연대 가능성이 안개 속인 것. 하지만 30분 뒤를 예측 못하는 게 정치다. 연대 여부에 대한 확실한 답은 얼마간 더 지켜봐야 한다. (참, '확실하다'도 형용사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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