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옥란 편집팀 차장 |
우리나라도 뼈아픈 IMF시절을 겪었다. 당시 나라가 부도가 난다고 해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하고, DJ는 해외 기업들에 투자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은행과 재벌들이 무너지고 수없이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아 대량 실직자가 발생해 가정이 해체되는 등 그 아픈 생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현재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는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확산되며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로 변한 그리스. 풍요로운 생활을 이어가던 그리스의 모습은 이제 없다. 시장 골목에 버려진 채소, 과일 등의 쓰레기들을 주워담는 사람들. 기업들은 문을 닫고 실직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장기 실직으로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하고, 빠르게 번지는 경제파탄으로 '먹고살기 위해' 귀농을 택하거나 '현실 도피를 위해' 마약에 빠지는 젊은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태다.
IMF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가계 빚은 900조원을 돌파했고, 기업ㆍ정부 부채도 수천조원에 달한다. 비정상적인 팽창은 언젠가는 터지게 돼 있다. 지난 IMF 때에는 정부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기업 부채를 정부가 흡수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 더 이상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됐다. 구원 투수는커녕 유럽처럼 정부가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우리가 과연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PIIGS(돼지들이란 뜻으로, 2010년 유럽 국가부채위기가 닥친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을 가리킴)라고 조롱할 처지인가?
요즘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 때리기'를 비롯해 선거를 의식한 퍼주기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방안들이 얼마간의 표를 모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포퓰리즘으로 인해 역습을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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