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재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먼저 근거지가 호남인 전북은행의 사례를 보면,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는 서울과 대전에만 지점을 두고 있고 특히 대전에서 활발하게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둔산 유성 등 두 개 지점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 3~4개를 더 추가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은행과 함께 호남권에 근거지를 둔 지방은행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광주에는 지점이 없다고 한다. 경제 및 금융활동은 인위적인 행정구역과는 달리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말이 실감나지만, 일차적으로 대전 시민들의 배타적이지 않는 개방적 기질과 포용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간 대전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외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대전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변하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형적인 소비도시로 발전해 온 대전은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고 카이스트가 설립되면서 국내 과학연구의 메카로 성장했고, 이에 따라 연구인력 등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전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또한 정부 3청사가 옮겨 오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이주해 왔다. 그간 대전에 정착한 많은 사람들이 “대전은 지방색이 적어 쉽게 정(情) 붙이고 살 수 있었다”라고 만족해하면서,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개방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아울러 대전에는 여러 기관들이 소재하고 있는데, 불가피하게 지방근무를 해야 할 경우 대전 근무를 1순위로 희망한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깝고 학교 병원 쇼핑센터 극장 공연장 등 생활 인프라도 괜찮은 편이라 가족과 같이 내려와 생활하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최근 대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권이 충남·북 뿐 아니라 전북 일부지역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명실 공히 광역경제권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배경에는 대전이 지닌 포용력, 개방성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전 인구는 2011년말 현재 151만을 상회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다소 편차는 있지만, 2011년중에는 0.8% 증가했다. 전국의 인구증가률이 0.4%에 불과하고 서울 부산 대구 인구가 각각 0.6%, 0.5%, 0.2% 감소했던 점에 비추어, 아주 주목할 만한 의미있는 현상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부산 대구와 같은 대형 광역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전국 평균 두 배 수준으로 높은 대전의 인구증가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역별 생산 및 소득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중 지역총생산은 27조원에 불과하지만 지역민총소득은 30조원에 달하여, 생산대비 총소득 비율이 112%를 기록하였다. 전국 16개 시도중에서 서울 대구 경기에 이은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 온 외지인들이 생활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지방 텃새(?)가 적은 대전에 수월하게 정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대전 시민의 출신배경이 충청, 호남, 영남, 기타 등 대체적으로 4분의 1씩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대전학연구회에서 펴낸 책자에서는 대전 사람들의 기질에는 '포용정신'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대전의 뒷 글자인 전(田)자의 모양이 '한 울타리에 4개의 입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사는 형상'이기 때문에 지역감정 문제 때문에 얼굴을 붉힌 적 없이 오순도순 정답게 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외지인의 정착에 거부감을 주지 않는 개방적 분위기가 그간 대전시가 꾸준히 추진해 온 생활여건 개선노력과 맞물려 대전의 무한한 경쟁력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치 미국의 뉴욕이나, 영국의 런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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