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권]대전의 경쟁력, 개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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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권]대전의 경쟁력, 개방성

[월요아침]오재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승인 2012-02-26 13:42
  • 신문게재 2012-02-27 20면
  • 오재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오재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오재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오재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대전이 고향인 필자는 간혹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 본다. KTX를 타고 오전에 왔다가 둔산 또는 대덕연구단지 등을 들러 잠시 일을 보고 저녁에 바쁘게 돌아가는 외지인들이 대전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갈까? 특히 사업상 자주 찾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대전을 어떠한 도시로 소개할까? 흔히 교통이 편리하고 어디든 2시간 이내에 갈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지리적 이점이 대전의 경쟁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련의 경제·사회현상 변화에 비추어 대전의 진정한 발전 동력은 교통·지리적 이점 이상으로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근거지가 호남인 전북은행의 사례를 보면,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는 서울과 대전에만 지점을 두고 있고 특히 대전에서 활발하게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둔산 유성 등 두 개 지점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 3~4개를 더 추가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은행과 함께 호남권에 근거지를 둔 지방은행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광주에는 지점이 없다고 한다. 경제 및 금융활동은 인위적인 행정구역과는 달리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말이 실감나지만, 일차적으로 대전 시민들의 배타적이지 않는 개방적 기질과 포용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간 대전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외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대전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변하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형적인 소비도시로 발전해 온 대전은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고 카이스트가 설립되면서 국내 과학연구의 메카로 성장했고, 이에 따라 연구인력 등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전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또한 정부 3청사가 옮겨 오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이주해 왔다. 그간 대전에 정착한 많은 사람들이 “대전은 지방색이 적어 쉽게 정(情) 붙이고 살 수 있었다”라고 만족해하면서,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개방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아울러 대전에는 여러 기관들이 소재하고 있는데, 불가피하게 지방근무를 해야 할 경우 대전 근무를 1순위로 희망한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깝고 학교 병원 쇼핑센터 극장 공연장 등 생활 인프라도 괜찮은 편이라 가족과 같이 내려와 생활하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최근 대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권이 충남·북 뿐 아니라 전북 일부지역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명실 공히 광역경제권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배경에는 대전이 지닌 포용력, 개방성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전 인구는 2011년말 현재 151만을 상회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다소 편차는 있지만, 2011년중에는 0.8% 증가했다. 전국의 인구증가률이 0.4%에 불과하고 서울 부산 대구 인구가 각각 0.6%, 0.5%, 0.2% 감소했던 점에 비추어, 아주 주목할 만한 의미있는 현상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부산 대구와 같은 대형 광역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전국 평균 두 배 수준으로 높은 대전의 인구증가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역별 생산 및 소득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중 지역총생산은 27조원에 불과하지만 지역민총소득은 30조원에 달하여, 생산대비 총소득 비율이 112%를 기록하였다. 전국 16개 시도중에서 서울 대구 경기에 이은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 온 외지인들이 생활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지방 텃새(?)가 적은 대전에 수월하게 정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대전 시민의 출신배경이 충청, 호남, 영남, 기타 등 대체적으로 4분의 1씩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대전학연구회에서 펴낸 책자에서는 대전 사람들의 기질에는 '포용정신'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대전의 뒷 글자인 전(田)자의 모양이 '한 울타리에 4개의 입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사는 형상'이기 때문에 지역감정 문제 때문에 얼굴을 붉힌 적 없이 오순도순 정답게 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외지인의 정착에 거부감을 주지 않는 개방적 분위기가 그간 대전시가 꾸준히 추진해 온 생활여건 개선노력과 맞물려 대전의 무한한 경쟁력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치 미국의 뉴욕이나, 영국의 런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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