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덕위 한밭대 창업대학원장 |
열대식물원은 맹그로브원을 주테마로 하고 있었으며, 야자원, 열대화목원, 열대우림원 등의 주제원으로 구성되어 200여종의 열대 및 아열대식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맹그로브류는 전 세계적으로 24과 7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열대식물원에서 21종의 맹그로브를 볼 수 있었다. 맹그로브숲은 산소 배출량이 열대우림의 60배에 이른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로 높아 지구의 탄소저장소라 불리기도 하고, 또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나며, 해안의 침식을 막는 등 그 생태적 가치가 아주 높은 수종이라고 한다.
열대식물원에서 잠시 쉬는 사이 '어떻게 하면 이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는 생각이 스친다. 그 순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식물원안에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여름에는 수목원을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개방해 수목원의 생물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운영에 분노를 터뜨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수목원은 기본적으로 공원의 기능을 갖춤은 물론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해 종다양성 확보와 보존 및 자원화를 촉진할 수 있는 시험·연구기능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자연환경 및 생태에 관한 전시·교육·학습을 통하여 건전한 생태환경문화를 선도하는 공익적 공간이다. 단순히 운동이나 휴식을 위한 쾌적한 도시환경 제공을 목적만으로 하는 공원과는 그 품격이 다르다.
도심지에 위치한 한밭수목원은 건전한 숲으로 울창해지면서 도시의 온도를 내려주고,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 제공 등 많은 역할을 한다. 건전한 숲이란 무엇일까? 한밭수목원을 가끔 찾아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이용객들만을 위한 것이 건전한 숲은 아니라 생각된다. 한밭수목원을 삶의 터전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동·식물들, 바로 이 소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건전한 숲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은 우성이산, 갑천 등과 어우러져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해가고 있는 유아단계의 숲이다. 2011년 100만명 이상이 수목원과 광장을 찾았다 한다. 만약에 아기가, 아니 어른이라도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그 많은 사람들에게 몇 달씩 계속해서 시달린다면 어찌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 식물도 동물도 인간과 똑같다.
한밭수목원이 한국의 센트럴파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적어도 다음 세 가지가 실행될 때 우리는 후손들에게 '우리가 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해가 지면 잠을 재워야 한다. 즉, 일몰이 되면 수목원을 개방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밤에 다른 이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 것처럼 나무와 꽃, 그리고 곤충과 새들이 쉬어야 할 밤에는 수목원을 개방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로 수목원의 생물들도 일주일에 하루는 스트레스 없이 쉬게 해야 한다. 한밭수목원은 동원과 서원이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동·서원의 쉬는 요일을 달리한다면 수목원을 찾은 시민이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 사람들도 일주일에 한번은 쉬지 않는가! 셋째로 열대식물원의 탐방객 수를 조절해야 한다. 열대식물원의 식물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생장할 수 있는 적절한 인원을 산정해, 예약제에 의해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열대식물원을 오래도록 잘 유지해 대한민국의 명소로 우뚝 서게 할 수 있는 첩경이다.
한밭수목원에 대한 시민의 욕구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한 개방시간의 연장만으로 그 많은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조금씩 감수하고, 수목원을 집으로 하는 많은 생물들을 위해 노력할 때 그들은 도심지에서 성공한 수목원으로서 생태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대전 경제에 보답할 것이다.
세상에 거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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