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내려앉은 순백의 山寺 그속에 '참 나'의 메아리가…

고요함이 내려앉은 순백의 山寺 그속에 '참 나'의 메아리가…

도내 100여 사찰 관장하는 총람… 백범이 출가 수도 했던 곳이기도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걷는 솔바람길 세속의 번뇌도 훌훌…

  • 승인 2012-02-23 14:22
  • 신문게재 2012-02-24 11면
  • 최두선 기자최두선 기자
●천년고찰 공주 마곡사

▲ 공주 마곡사 설경
▲ 공주 마곡사 설경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마곡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당나라에서 귀국한 자장이 640년 월정사, 통도사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신라의 승려 무선이 이 절을 지을 때 스승인 마곡보철(麻谷普澈)을 사모하는 뜻에서 마곡사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설도 있다.

창건 이후 200여년 간 폐사된 것을 보조국사가 중창했고,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됐다가 1651년 각순이 중수했다. 마곡사에는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영산전(보물 제800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강당으로 사용하는 흥성루, 해탈문, 천왕문, 응진전, 명부전과 국사당 등의 건물이 현존한다. 감지은니묘법연화경(보물 제269호), 오층석탑(보물 제799호), 삼베에 채색해 제작된 석가모니괘불탱(보물 제1260호), 동제은입사향로(유형문화제 제20호), 동종(충남도 유형문화제 제62호) 등이 있다.

마곡사는 도내 100여 사찰을 관장하는 총람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자 항일 독립운동 지도자인 백범(白凡) 김구(1876~1949) 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보복으로 황해도 안악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칩거한 곳이다. 백범 선생은 이곳에서 1898년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잠시 출가 수도를 했으며, 마곡사 대광보전 주련에 새겨진 글귀를 보고 경내에 한 그루의 향나무를 심었으며, 서거 이후에는 이곳에서 49재를 지내기도 했다.

대광보전 앞에는 얼핏 보기에 불안정하지만, 강인한 기개가 서려 있는 5층 목탑이 우뚝 서 있다. 폭에 비해 탑신이 높고, 각 층의 체감률이 적은 데다 옥개선 귀꽃이 심하게 반전돼 있어 고려 후기 석탑의 양식을 보여주는 이 탑은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때 이 탑 속에 금이 들어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도굴꾼들이 들끓어 몸살을 앓기도 했다.

마곡사는 우리나라 '33관음성지(三十三 觀音聖地)' 제5호이기도 하다. 관음성지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일본의 '33관음성지'에 착안해 관음신앙을 중시하는 전통사찰 33곳을 2009년 5월에 선정한 것.

관음신앙은 관세음보살(관음보살)을 믿는 불교신앙이다. 관세음보살은 부처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부처의 자리를 버리고 보살이 돼 중생을 구제해 관음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자비'의 상징이다. 33은 33가지 관음보살의 형상을 뜻한다.

일본에선 33관음성지를 순례하면 무병장수와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이 전해 내려와 연간 80만명 이상의 불자가 행렬에 참가할 정도로 관심과 열정이 많다.

마곡사를 가면 빠뜨리지 말고 만끽해야 할 게 바로 3가지 코스로 나뉜 솔바람길이다.

가장 짧은 코스는 '백범 명살길'이다. 백범당을 지나 백범 선생 삭발터, 군왕대, 마곡사로 이어지는 3㎞ 구간으로 보통 걸음으로 50분,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정도면 돌 수 있다. 이 곳을 거닐면서 백범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틀림없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마곡사 관계자는 전한다.

마곡사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군왕대는 마곡사에서 가장 지기(地氣)가 강한 곳으로 알려졌다.

마곡사 관계자는 “군왕대는 세조가 군왕대에 올라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하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亡之地)인 이곳과 비교할 수 없구나'라고 말했을 정도로 지기가 센 곳”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땅의 기운을 받으려는 유족들이 시신을 암매장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조정에선 조선 말기에 유골을 모두 파내고, 돌로 채워 암매장을 막았다고 한다.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명상 산책길은 5㎞ 정도 구간으로, 마곡사~천연송림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공마을~마곡사로 이어진다. 가장 긴(11㎞) 송림숲길은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아들바위~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다비식장~장군샘~군왕대~마곡사를 걷는 이 숲길은 3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등산코스다.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마곡사 관광지 옆 마곡천에 조성된 겨울 썰매장에선 어린 시절 썰매를 타던 추억을 떠올리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춘(春)마곡 추(秋)갑사'라고 하지만 마곡사는 사계절 모두 볼거리가 많으며, 또 볼거리 못지않게 속세의 잡념을 털어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곳이다. 정막하지만 평화롭고,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포근한 마곡사. 아직 남은 겨울을 마곡사에서 만끽하는 것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마곡사 템플스테이

▲ 템플스테이 모습(왼쪽)과 찾아가는 길
▲ 템플스테이 모습(왼쪽)과 찾아가는 길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태화산 마곡사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우편번호 314/872
종무소 041-841-6220-3, 템플스테이 041-841-6227
참가비용은 개인평일(일~금요일)의 경우 1박 기준으로 성인과 대학생 4만원, 초중고등학생 3만원, 초등학생 이하(미취학아동)은 무료다.
체험형으로 운영되는 주말(토~일요일)의 경우에는 1박 기준으로 성인 및 대학생 6만원, 초중고생 5만원, 미취학아동 초등학생 이하 무료다. 템플스테이를 갈 때는 가급적 일회용품이나 세제 등은 가져가지 말아야 하며, 수건과 운동화를 지급하지 않으므로 가져가야 한다.

●찾아가는 길

천안논산간고속도로 정안나들목~공주방면 군도 35~광정리~지방도604-마곡사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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