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고래가족의 사연이 엄청난 사건의 단초가 될 줄은 취재한 리포터 자신도 몰랐다. 안타까운 영상은 삽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 전국적인 화제가 됐고, 득달같이 달려온 환경단체 그린피스 운동가는 이슈를 키운다. 석유시추 기업은 바지선과 헬기를 동원해 구조에 동참하고, 정부는 군에 협조를 명령한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다. 먹고살기 위해 고래사냥을 해야 하는 이누이트족, 석유를 뽑아내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추기업과 환경보호를 외치며 이들과 싸워온 환경운동가들이 손을 잡는다. 기적은 소련의 쇄빙선이 얼음을 부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팽팽하게 맞서던 냉전시대. 그런데 미-소 연합작전이라니.
'빅 미라클'은 고래가족을 살리려 뭉친, 기적 같은 화합의 실화를 촘촘한 구성으로 담아낸다. 결과를 알고 있어도 상관없다. 제작사 워킹타이틀이 어떤 곳인가. 다양한 인물군상들을 거미줄처럼 엮고 이야기를 씨줄 날줄로 엮어 재미를 뽑아내는 재주가 남다른 곳 아닌가.
고래를 보고 있지만, 사람들은 고래들에게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새끼가 숨 쉬도록 등을 빌려주는 어미, 부상당한 새끼를 염려해 곁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에서, 어린이는 “숨을 오래 참는 만큼 허파가 크고, 그만큼 사랑도 큰 엄마”를 본다. 잇속도 제각각이다. '고래를 구하자'는 한 뜻으로 모였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밉고 고운 모습이 재미의 포인트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마음으로 희망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것.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엔딩 크레디트에 실제 인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실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화 속엔 소소한 기적도 있다. 이런 기적들이 있기에 엄혹한 세상도 살맛이 난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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