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미국채프면대 교환교수 |
아이러니컬하게도 협정이 시작될 당시에 한국은 시장개방에 적극적이지 않은 진보적인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보수파인 부시 대통령에 의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자동차와 소고기 시장 개방을 문제 삼는 미국 민주당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미국의회에 법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퇴임했고, 2010년 12월 3일 의회를 설득하여 법안을 최종적으로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대통령은 시장개방에 소극적인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이었고, 2011년 한국의 국회에 협정안 비준을 요청한 대통령은 시장개방에 적극적인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보수파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대통령 그리고 자유무역에 소극적인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즉 양국의 보수파와 진보파 모두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찬성한 셈이다.
2011년 수출과 수입을 합해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해 세계 9위에 오른 우리나라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됨으로써 미국, EU, 아세안, 싱가포르 그리고 칠레를 포함해 세계 GDP의 61%를 차지하는 지역과 관세 없는 자유무역을 할 수 있게 되어 국내총생산을 5.6% 증가시키고 일자리를 36만개 창출하고 상품과 서비스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 국내에서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포퓰리즘적 선거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민주통합당의 일부 의원들이 자신들이 집권하면 한·미 FTA를 폐기 내지는 재재협상 하겠다는 공약을 해서 시끄럽다. 과연 양국이 오랜 기간 반대파들을 설득해서 양국 의회를 통과시켜 국제적으로 선언하고 발효시킨 국제조약을 폐기할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마침, 지난주 미국의 하원의원을 두 번 역임하고 지금은 필자가 교환교수로 와있는 채프먼대학교의 법학대학원장인 캠벨박사의 신문기자와의 인터뷰 자리에 참석을 요청받아서 미국의 엘리트 정치인이자 학자가 한·미 FTA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최근의 논란에 대한 그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분야별 이해를 따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를 분석해 판단해야한다. 개별 이해집단의 주장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그리고 철강 등을 주업으로 하는 지역출신의 미국 의원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사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미국의 공화당은 절반이 반대, 민주당은 모두 반대 즉, 75%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설득해 협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둘째, 미국은 기본적으로 양국간 협정인 FTA보다는 다자간 협정인 WTO체제를 선호한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페루 등 아주 소수의 국가와만 FTA를 체결했다. 위와 같은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와 자유시장경제의 성공적인 모델 국가로서 한국의 업적을 인정하고 미래에도 파트너로서 같이 가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체제를 주장하는 미국은 GATT, WTO 등을 통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낮추어 국제무역을 신장하는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체제 아래서 가장 혜택을 많이 본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 76 달러에서 3만 달러를 바라보는 국가로 성장한 것은 자유무역체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인적자원뿐으로 원유, 철광석, 목재 등을 수입해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해 발전해왔다.
한·미 FTA의 부문별 문제점은 시행 후 고쳐나가면 된다. NAFTA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협정은 우리나라에 이익이 된다. 파이를 키우게 된다. 다만, 파이가 커지는데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까를 정치인들은 고민하고 답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지적 수준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기영합적인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나 정당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