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금산문화원장 |
요즘 이슈 중 하나는 근엄하고 조금은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판사들의 얘기다. 몇몇 판사들이 SNS를 통한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는데 이것이 도를 지나쳐 상식의 선을 넘었다. 혹은 판사도 사람이니 그런 의견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는 의견들이 돌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 중 몇 사람에게는 재임용 탈락이나 징계 수준까지 거론되다 보니 판사들이 여러 명 나서서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열기가 더욱 커져가는 양상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입장은 난감하다.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권위를 가진 기관 중에서 군부와 중앙정보부, 보안사, 기무사 등과 같은 정보기관이 득세하던 때가 있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이 가장 '힘'을 가진 기관이라고 하더니 요즘에는 마지막 보루로 '사법기관'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런데 지금은 사법기관마저도 그 권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40대 이상의 어른들은 독재정권 하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권위주의는 권력을 쥔 몇몇 사람들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중을 통제하려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스스로를 높여서 위압감을 조성하고자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앞에서는 당장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대중들도 결국은 반기를 들게 돼 있다. 그래서 독재자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하다.
그렇지만 권위는 어느 조직에나 살아있어야 한다. 권위주의에 의존한 억지춘향 식의 권위는 희망이 없지만 조직의 구성원 사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권위를 가진 지도자를 갖지 못한 조직 또한 미래가 없다. 그 자연스러운 권위를 만들기 위해 훌륭한 지도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봉사하고, 심지어 때로는 희생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지도자를 만난 조직은 희망이 있고 활기차다.
훌륭한 지도자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정보 통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영웅이 나타나기 힘들고 설사 나타나더라도 오랫동안 지속되기 힘들다. 지도자의 권위는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고 힘을 합쳐 밀어주어야만 유지되는 세상이다.
따라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나도 한 마디 해야 하겠다'고 덤벼들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와 생각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치 의사 가운이 환자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듯이 법복을 입었다는 것 자체가 일반 대중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대중의 생각과 괴리가 커질수록 법관의 위치도 불안해진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훌륭한 지도자를 만드는 것 또한 사회 구성원의 의무다. 지도자가 훌륭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침 뱉기와 다르지 않다. 나를 끌고 나갈 지도자가 자신의 책무를 다 하지 못하면 결국 불행해지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훌륭해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함께 노력하면서 훌륭한 지도자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도자의 자질이 있는 사람을 아끼고 키워나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마음을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해야 할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요즘의 복잡하고 말 많은 세상을 살다 보니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낀 시골길을 운전하는 것 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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