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담임제에서부터 학생들의 에너지 발산을 위한 (주말)체육수업 등에 이르기까지 일선 학교는 물론, 시·도교육청에서조차 불만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21일 지역교육계 등에 따르면, 동·서부지원교육청은 최근 긴급 교감회의를 소집해 교과부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후속인 중학교 체육수업 시수 4시간 확대 지침을 전달했다.
현행 체육 교과 외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필수로 이수하게 해 주당 4시간으로 체육 시수를 늘리라는 게 핵심이다. 상급기관의 방침에 따라 일부 중학교 역시 지난 20일부터 대책 마련을 위한 교직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지역교육계가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실무작업에 분주하다.
하지만,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막막하기 때문이다. 예산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모 중학교 교장은 “집중이수제로 체육수업을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당장 계획을 보고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마다 급하게 스포츠 강사 모집을 위한 공고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성 모 중학교 체육교사는 “방학 중에 갑자기 불러 프로그램을 짜보라는데 할 말이 없다. 지금 계약직 강사를 뽑는다 해도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여주기 위한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덕구 모 중학교 교무부장은 “제대로 된 정책을 위해서는 준비 기간을 두고 충분히 고민한 후 시행해야 하는데, 일주일 만에 검증되지 않은 스포츠클럽 등을 언급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지침 하달 10일 만에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건 폭압 행정”이라며 “대전교육청은 학교스포츠클럽 의무화를 통한 중학교 체육 시수 증가 지침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수담임제에 이어 체육수업 시수 확대 등 앞으로 쏟아지는 학교 대책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되면 근대교육 사상 가장 졸속적인 땜질 처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실 시행해야 하는 우리와 현장 입장에서는 무리한 측면도 없지 않다”며 “하지만 다소 부족하다고 거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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