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태를 계기로, 교육계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을 사이에 놓고 갈라서고 있다.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이견으로 선·후차적인 문제에 매몰되면서 또다시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는 형국이다.
학생과 교사의 불통(通)에 따른 갈등에 학부모를 비롯한 외부의 시선까지 합세하면서 분열된 학교에 소통(疎通)이라는 처방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초부터 촉발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본보가 집중적으로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학교폭력의 원인과 해결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교사와 학생이다. 가정교육 부재와 사회적 무관심 등도 있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학교교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교사와 학생의 소통 부재다. A 중학교 이종민(14)군은 “솔직히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말을 해도 결국 선생님 생각대로만 한다”고 말했다.
B 중학교 조모(38) 교사는 “학생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교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효숙 글꽃중 교장은 “괴롭힘을 당해도 교사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사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권이 추락해 권한이 없는 교사에게 말을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나 교장은 “업무소홀이라고 경찰까지 교사의 감시자가 되는 상황임에도, 교사가 학생과의 대화보다는 교육청에 대한 교과부의 종합 평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상담 교사도 여기에 동의한다.
서지원 동부교육지원청 전문상담 교사는 “소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개인적인 대화”라며 “하지만, 잡무가 너무 많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대화 부족이 무관심으로 이어져, 교사와 학생 사이의 벽은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화를 위해서는 결국 교사가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장현아 대전대(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의 책임을 교사에게만 전가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을 파악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중재자 역할을 위해서는 교사의 소통 노력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소통과 공감의 광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가 학생을 만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전재형 대덕중 교사는 “교사와 아이들이 문화체육 활동을 통해 서로 부딪치고, 느낄 수 있는 스킨십이 중요하지만, 입시 시스템 때문에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 채 사설학원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장현아 교수는 “처벌보다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걸 학습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며 “입시 교육과 과중한 업무환경을 개선해 인격적으로 만나는 장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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