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새누리당 의원들끼리 낯 뜨거운 몸싸움까지 불사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왜 내 선거구를 없애려 하느냐”는 기득권 이기주의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 눈치 보랴, 정략적으로 유·불리 따지랴, 그러니 협상 테이블에 앉아봐야 합의가 될 리 없다. 해당 지역 유권자와 출마자의 혼선은 안중에도 없다. 4월 총선은 겨우 54일밖에 남지 않았다.
16일엔 국회 의석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안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은 세종시와 강원 원주, 경기 파주 등 3석을 신설하되 영·호남 1석씩을 줄여 300석으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민주통합당은 의석 증설은 안 된다면서도 영남 2석, 호남 1석을 줄이는 안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유리한 지역은 양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마지막까지 국민을 실망시킨 국회가 1석이라고 해도 의석을 늘리겠다고 한다면 납득할 국민이 과연 있겠는가. 정략적 이익과 관련해서는 참으로 염치도 없고 오직 고집만 부린다.
획정 지연으로 사상 처음 전면 도입되는 재외선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선거인명부 작성 전에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것은 초유의 사태다. 획정이 늦어지면서 다른 국회 의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시간에 쫓긴 나머지 국방개혁법안 등 민생 안보 관련 법안들이 무더기로 휴지조각이 될 판이다. 과감한 공천 개혁으로 평가받던 국민참여경선도 탁상공론에 그치게 됐다. 정치개혁특위는커녕 ‘정치퇴행 특위’인 셈이다.
물론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구 획정 절차만 나와 있지 총선 며칠 전까지 정하라는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여야가 끝까지 눈치를 보다가 밀실담합으로 졸속 처리하는 게 연례행사가 돼왔다. 잘못된 관행은 고칠 때도 됐다. 여야는 당장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정개특위 협상이 늦어지면서 23일께 본회의를 다시 연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를 핑계 삼아 선거구 획정을 더 늦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