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 경찰이 관광객인 천안시 성환읍 체육회원들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뜯어낸 어이없는 사건이 드러난 가운데 한 해 50만명에 가까운 한국인 필리핀여행객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필리핀에서는 오지에서 반군에 의한 납치나 유흥가에서 범죄자들의 강도사건이 빈발했지만 백주에 도심 호텔에서 현직 경찰에 의한 한국인 관광객 납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국인 가이드와 현지 가이드가 범죄 경찰과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 등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통상부도 현직 경찰에 의한 범행이란 점에서 현지 대사관을 통해 필리핀 정부에 엄중히 항의하고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한국 필리핀 관광청도 이번 사건이 최근 많이 늘어나는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조속한 사건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인의 필리핀 여행객은 한 해 50만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48만여 명이 필리핀으로 출국했는데 이 중 80%인 40만명이 관광객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관광객 가운데 일부가 무등록 여행사를 통해 현지관광에 나서면서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에 납치된 피해자들도 지인의 소개로 프리랜서 가이드를 자처하는 최모(33)씨를 통해 3박4일간의 여행을 추진했다. 경찰은 최씨가 이번 납치범행에 연루된 용의점을 잡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여행전문가들은 “국외에서 자신의 안전은 1차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경고하고 기본적인 유의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권했다.
한국인 여행객이 많은 동남아에서는 특히 화려한 복장과 장신구, 명품가방 사용자제를 권했다. 스마트폰은 우범 청소년에게 범죄의 표적으로, 한국인은 최신형 휴대폰을 소지해 계획적 범죄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혼자 쇼핑하거나 카지노 출입도 위험하다. 매춘은 말할 것도 없다. 동남아에서는 한국말을 사용하며 친절히 접근하는 현지인도 조심 대상이다.
천안=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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