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온천 관련 역사 기록이 단 몇 줄로 그친다고 경시해서는 안 된다. 가령 고려사의 '有溫泉'(유온천·온천이 있다) 기록에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하면 훌륭한 스토리의 옷을 입힐 수 있다. 세종실록과 태종실록 등의 기록은 보다 구체적이다. 프로그램의 짜임새와 내용, 질적인 면에서 뒷받침됐을 때는 이보다 좋은 재료가 없다.
온천대축제에서 보완할 것이 역사성과 함께 문화성이다.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공감을 얻느냐 여부는 운영 프로그램이 얼마나 알차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능력도 갖춰져야 한다. 아이디어 차원이 아닌 창의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축제 콘텐츠로 만드는 노력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국내외적으로 비즈니즈와 축제의 접목은 하나의 추세다. 그런데 온천의 경우, 국내 각 지자체의 개발 경쟁으로 희소성과 관광객 유인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해운대달맞이온천축제, 충주 앙성탄산온천축제 등 온천 소재 축제도 많다. 그래서 더 강조되는 것이 유성만의 유구한 역사성이다. 온천대축제의 잠재성이 떨어지는 부분, 잠재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부분을 끄집어내야 한다. 온천과 과학 이미지가 서로 겉도는 측면도 없지 않다.
어떤 의미로 온천대축제의 성공과 실패는 온천 자체보다 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에 달려 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기존의 것이건 새로운 것이건 온천을 통해 유성을 브랜드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나비축제로 청정 이미지를 지역 브랜드로 키운 함평, 바다와 머드를 성공적으로 조합시킨 대천이 그렇다. 영국 에딘버러의 문학, 미국 산타페의 공예와 민속예술 융합도 그 예다.
전통적으로 축제에는 종합예술적 측면과 조금은 종교적인 측면도 있다. 세시풍속과 민간신안의 결합, 향토축제와 지역산업, 지역예술 등 다양한 고려, 특히 유성은 온천과 건강, 역사 인물이나 사건까지 살려볼 여지가 있다. 유성 온천대축제에서 그 옛날 왕의 행차 장면을 재현해 볼거리로 입소문나면 축제 활성화에도 호재가 될 것이다. 예상되는 잠재력을 살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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