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호랑이 발톱 - 질병예방과 불행퇴치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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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호랑이 발톱 - 질병예방과 불행퇴치의 상징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 승인 2012-02-14 14:27
  • 신문게재 2012-02-15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이제 입춘이 지나고 새해맞이 의식의 절정을 가져왔던 정월보름날도 지나면서 온 누리가 희망의 봄을 준비하기 시작할 것이다. 나무와 꽃들은 잎과 꽃망울을 틔울 준비를 할 것이고 깊은 겨울잠을 자는 짐승들도 얼마 안 있으면 켤 기지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농부들 역시 새해 농사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행복과 건강을 염원하면서 살아간다. 살아가는 동안 질병이나 불행한 일들이 닥치지 않도록 바라면서 어떤 물건이나 관념을 빌어 마음과 몸의 평안을 꾀하곤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호랑이발톱과 관련된 일이다.

호랑이는 용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짐승으로 여겨진다. 그토록 용맹하다. 그러므로 입춘을 맞아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 붙이는가 하면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붙여서 외부에서 나쁜일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 가정의 행복과 평안을 빌었다. 특히 용은 상상의 동물이었지만, 호랑이의 경우는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호랑이 가죽, 뼈, 고기, 이빨, 발톱, 심지어 똥에 이르기 까지 영험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므로 호랑이 머리가 달린 호랑이 가죽은 여염집규수가 시집갈 때 가마위에 씌워서 보내면 부정을 타지 않고 시집살이를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호랑이 뼈나 고기, 똥 등은 특정질환에 특별한 효과를 발휘 하는 것으로도 믿었는데, 한 동안 중국산 호랑이표 연고가 호랑이 기름이라 해서 인기가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일상속의 믿음이 투영된 것이었다. 호랑이 이빨이나 발톱도 매우 귀하게 여겼는데, 구하기 힘들어서 그러한 것도 있었겠지만 호랑이의 용맹성은 날카롭고 예리한 이빨이나 발톱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빨보다는 발톱이 많이 쓰였는데, 부녀자들이 호랑이 발톱으로 노리개(부녀자들이 허리춤에 달고 다니는 장신구 가운데 하나)를 만들어 달고 다니면 모든 사악한 기운을 막아서 아프지 않고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몸이 자주 아프거나 허약한 어린아이들에게도 목걸이로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도록 했다.

일본의 경우도 이러한 믿음들이 있는데, 일본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곰의 이빨이나 발톱을 사용하고 있다. 곰 또한 호랑이처럼 용맹스럽고 동북아시아의 신화 속에는 단군신화에서처럼 자주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아이누족의 숭배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농촌에서 농작물을 해치는 짐승들을 쫓기 위해 호랑이똥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상징적이거나 용맹스런 짐승들의 역할을 믿어왔던 관념들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모르지만 그 속에는 행복과 건강을 추구했던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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