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섭]2080의 조화와 상생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구섭]2080의 조화와 상생

[수요광장]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승인 2012-02-14 14:25
  • 신문게재 2012-02-15 21면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는 약 100년 전에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제대로 일하지 않는 개미의 비율이 20대 80이라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 중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개미를 따로 모아 관찰 했는데 두 그룹 모두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개미의 비율이 다시 20대 80으로 나누어졌다. 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을'파레토의 법칙'이라 한다.

파레토의 법칙은 같은 의미이지만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되어 사용되고 있다. 첫째는 '성과의 80%는 전체의 20%에 의해서 결정 된다'는 최소 노력의 원리로 비즈니스 세계의 금과옥조로 인정받아 왔다. 기업들은 이 법칙을 마케팅에 적용해 핵심이 되는 상위 20%의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은행 등은 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VIP 마케팅이나 VVIP 마케팅을 실시하고, 일반 기업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직원과 상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소수'와 '사소한 다수'로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부정적인 의미로 '소수의 20%가 사회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불평등의 원리다. 파레토는 당시 농민의 소득 실태를 연구해보니 풍년과 흉년에 상관없이 상위 20%는 항상 곳간이 가득했고 하위 20%는 생활이 언제나 어려운 것을 발견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아도 종합소득세 신고자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71%를, 하위 20%는 불과 1.6%를 차지하고 있다. 토지의 경우는 더욱 심해 상위 10%가 개인 토지면적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매년 국민총생산은 늘어도 상위 20%의 소득은 증가하지만 하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2080의 법칙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의 경우를 보아도 상위 10%가 총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10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는 갈수록 심해져 지난해에는 제조업 매출액의 41%를 차지했으며, 전체 상장사 시가 총액의 52%를 이루고 있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쏠림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그나마 파레토의 법칙이 일부분 깨지기 시작했다. 미국 인터넷 비즈니스 잡지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은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롱 테일의 법칙'을 발표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아예 기회가 없었던 비인기 상품들이 무한한 공간과 상권을 갖는 인터넷에서는 히트상품과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을 원하는 개성이 강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딱 맞는 틈새 상품을 구매하면서 80%의 별 볼일 없던 제품들의 비율이 20%의 핵심 제품을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적, 음반, 영화, 소프트웨어, 장난감 등의 온라인 시장에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사소한 다수'들의 영향력은 사회, 경제, 문화 부문에서 날로 커지고 있다. 80%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80%는 더 이상'사소한 다수'가 아니라 '중요한 다수'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파레토의 법칙의 지배력이 더 강한 분야가 많다.

요즈음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려는 여러 가지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복지 정책의 확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 대형마트 영업일 단축, 대기업의 중기업종 진출 규제, SSM 규제, 카드 수수료 인하, 청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축소, 대학 등록금 인하, 세제 개편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선거를 위한 소위 '표(票)퓰리즘'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환경과 위치에 따라 20도 될 수 있고 80도 될 수 있다. 건전한 사회는 20과 80의 조화와 상생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 20과 80은 상호 존재 가치를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완전해 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