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선수들의 범죄사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신상 털기'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자칫 인권침해 소지마저 일고 있다.
13일 검찰과 한국배구연맹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는 모두 7명이다.
이 가운데 KEPCO 전·현직 선수 3명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또 다른 KEPCO 현역 선수 2명의 경우 검찰에 긴급체포된 뒤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삼성화재와 상무 현역 선수 각각 1명은 자진신고를 해 와 조만간 검찰 수사가 예상된다.
아직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았으며 기소 전인 시점에서 이들 7명의 신상은 일부 네티즌에 의해 인터넷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무차별로 확산되고 있다. 선수 실명과 사진은 물론 생년월일, 국가대표 및 수상경력, 심지어는 가족사항까지 고스란히 공개되고 있다.
신상정보 공개에 따라 특정 선수를 지칭하며 '나쁜 XX',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식으로 인격을 비방하는 댓글도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더구나 13일 KOVO 상벌위원회가 발표한 영구제명 선수 4명의 실명을 일부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신상 공개는 확산 일로다.
이에 대해 프로구단이나 배구인들은 씁쓸한 반응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배구계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연루 선수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하며 비방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배구인은 “선수들의 잘못도 크지만, 승부조작이 가능할 수 있게 된 불법베팅 사이트와 브로커 활개 등의 사회적 문제도 있다”며 “심각한 신상 털기로 해당 선수들의 인권마저 침해받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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