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그 내용이 바로 '제논의 화살'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한 장면, 한 장면이 사실에 부합하는 듯하고 그 주장 역시 정당한 듯한데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에 전혀 사실과는 다른, 상식적이 아닌 것을 보여 주면서 그 결말에 있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사건의 배후에 디아블로(사탄)같이 희미하게 비추어지는 사법부의 배경 사진이 있는 것처럼 연상시킨다.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석궁테러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의 김모 교수가 학교 내의 문제로 재임용에 탈락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도 재임용탈락이 억울하다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주지 않아 패소하고 말았다.
그 후 1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시국문제 등으로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들을 구제하는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종전에 재임용에 탈락한 많은 교수들이 구제를 받았지만 김 교수는 구제받지 못한 채 이로 인해 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도 법원에서 재임용에 대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패소하자 김 교수는 자신에게 패소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해 불만을 품고 판사의 집을 몇 차례 사전답사를 한 뒤에 석궁을 준비해 퇴근 무렵 판사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마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의 아파트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판사를 향해 석궁을 발사해 판사를 다치게 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단순하게 복수심에 불탄 우발적인 범행 같은 느낌이 드는 사건일 뿐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하면서 거대한 권력, 부당한 사법부의 독선에 맞서는 정의로운 교수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수학교수인 그는 항상 법전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법정에서도, 수감된 교도소에서도 '법대로'를 외친다.
그런데 이 '법대로'라는 외침이 예사롭지가 않아 검사, 판사, 변호사 심지어는 교도소 내에 수감 중인 죄수들에게조차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침묵이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이 그 교수의 '법대로'라는 주장에 대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