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과 이회창이 손을 잡았다'가 뉴스가 된 것은 자유선진당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 때문이다. 현 대표와 전 대표의 악수는 통상 악수를 나눌 때 공유하는 어떤 친밀감과는 다르다. 둘은 손을 잡고 있어야 정상인 사이다. 당내 화합의 손이라며 강조하는 자체가 사실은 겸연쩍은 일이다.
선진당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갈등은 없다”는, 갈등에는 언제나 상대방이 있다는 뜻이다. 외형적으로는 지난 6일 같은 당 박선영 의원이 심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졌지만 그 마찰의 뿌리는 깊다. 작년 10월 합당 후에도, 더 올라가면 2009년 8월 심 대표가 이 전 대표의 '독선적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이래 잔존해 온 마찰이다. 10일 오후 국회에서 손을 맞잡고 “(저의) 부덕한 소치(이회창)”, “전적으로 제 책임(심대평)”이라고 했다.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실제 상황이 절박하다. 선진당 창업 동지인 둘이 '내 탓이오'를 외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텃밭'으로 믿는 충청권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남들은 100m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신발 신을 생각도 안 한다”(박선영)는 부작위와 무기력증을 대변하는 지적이다. 지역주의 정당 본색을 내세우기 힘들 만큼 당 사정이 좋지 않다.
보수의 대표성은커녕 전국 지지도 2% 미만이다. 충청권 정당 지지도마저 10%대에 턱걸이도 못해 '충청권 정당' 체면치레가 버겁다. 충청권은 '작지만 알찬 텃밭'이거나 주인 없는 빈산에 물 흐르고 꽃 피는 수류화개(水流花開)의 '꽃밭'이 더 이상 아니다. 2010년 새해 중도일보 여론조사에서 선진당의 대전시민 정당 지지도가 21.7%에 올라서던 때가 '봄날'이었다.
지금은 문 열면 몰아치는 한파다. 친이(친이회창), 친심(친심대평)으로 나눠 충청권 맹주 자리 다툴 형편이 못 된다. 독자적인 충청 중심 전략으로 가든, 국민생각(가칭) 등과 보수연합 노선으로 가든, 새누리당과 선거 연대를 추진하건 자유다. 그러나 지역주민이 충청권 대변 정당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그 답이 곧 '선진당'이라는 생각은 제일 먼저 버릴 애티튜드(attitude)다. 쇄신 없는 노쇠한 느낌, 최소한 그걸 못 버리면 총선 성적표는 예상을 비껴가지 않을 것이다.
전·현직 대표가 다시 잡은 손의 접착제 효과도 여기에 비례한다. 총선이 두 달 남았고 당장 해야 할 일을 헤아리기만도 벅차다. 갈등의 불씨를 지필 여유는 없어 보인다. 백의종군하던 이 전 대표는 명예 선대위원장을 맡는 형식으로 9개월 만에 당직에 복귀한다. '그대 곁에 내가 있어요~ 손을 잡아요~' 악수에 숨은 속마음까지야 어찌 알겠냐만. 당이 결속했다기보다 결속해 가는 징표로 손을 잡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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