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불통'은 국민들의 숱한 지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대과제다. 정치발전을 위한 상생의 대의와 원칙은 실종된지 오래고, 정당간, 지역간, 세대간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커녕,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바쁘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이라는 승자독식, 죽기 아니면 살기식 편가르기로 점철된 정치권의 '제로섬(Zero Sum) 게임'이라는 근본적인 불치병을 치유하기 위해 지역간 계층간 사회공동체 정신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표적으로 4·11 총선을 두 달 가량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세종시를 비롯한 선거구 신설은 답보 상태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통을 내세우며 SNS 등을 활용한 젊은 유권자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세대간 대립은 오히려 격해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이념인 좌파와 우파는 다시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이번 선거의 최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뒤늦게 새누리당이 정강에서 보수라는 문구를 삭제하려 하거나, 각종 복지 정책을 쏟아내며 젊은 층, 혹은 진보층 잡기에 나섰지만 보수 언론은 오히려 '좌클릭'이라고 비난하며 보수층의 심리를 자극한다. 과거 영남과 호남으로 대변되던 지역감정은 여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까지 가세하며 곳곳에 보이지 않은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호남은 진보, 나이가 든 사람은 보수, 수도권은 어쩔 수 없이 보수라는 잣대로 나뉜다. 보수가 기득권을, 진보가 사회의 약자로 대변되면서 사회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뺏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며 서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으로 돌아가보자. 선거구 획정이 이렇게 늦춰지고 있는 것은 선거구 획정이야말로 정치적 타협의 대표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거구당 평균 인구수가 호남권이 16만명당 1명, 영남권이 19만명당 1명, 충청권은 21만명당 1명이라는 합리적 주장은 애초에 영호남 중심의 양당 사이에서는 오히려 아무런 논리가 되지 못한다.
원칙도 없고 명분도 없는 선거구 획정에 지역이 하나로 목소리를 합치지 못하는 것은 지역을 초월한 여야의 기득권 싸움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지역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등이 각각 중앙당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을 상대로 대전지역 선거구 증설 당위성 설파 등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는 중앙당 차원에서의 논의라기 보다는 지역내에 보여주기식의 제스처에 지나지 않을 만큼 미약했다.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이후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바람을 타고 젊은 유권자의 위력이 커지면서 여야 모두 SNS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다수의 후보자들은 이 공간이 낯설기만 할 뿐이다. 이 때문인지 SNS에서 그들의 행보는 민심을 수렴하고 여론을 읽고, 공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거 운동기 나열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은 기존의 정치인을 조롱하고, 정치인들은 SNS와 인터넷 공간이 할일없는 백수들의 공간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4.11총선은 지금 민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각 당 모두 이번 4.11총선과 올 연말의 대선의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절치부심중이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갈등과 증오의 정치가 우리 정치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와 보편적 삶의 질 향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올해 양대 선거를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이 함께 참여하며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계기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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