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도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대전 용산고 배구부 박종남(41) 감독을 만나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소회와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대전 용산고 배구부 박종남<사진 윗줄 가운데> 감독과 유환규<사진 윗줄 왼쪽> 코치가 소속 선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엘리트 배구선수 출신인 박 감독은 2009년 창단한 용산고 지휘봉을 잡고 있다.
지도자로서 짧은 경력이지만 지역 체육계에선 그의 지도 스타일에 주목한다.
인성교육을 원동력 삼아 짧은 시간 안에 팀을 국내 정상권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운동부라고 친구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지 말고 선생님께 인사 잘하고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얘기한다”라며 “좋은 기량을 갖추는 것보다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동부 선수는 부모님이 적극 나서 시키거나 가정형편이 불우한 경우 두 부류로 나눠진다”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의 융화를 위해서는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이 선수 개개인의 기량점검보다 가정환경을 먼저 파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감독은 과거 선수 2명의 '아버지'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신탄중앙중 감독 시절 충남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했는데 이들이 대전에서 지낼 곳이 없었다”며 “그래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2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다”고 말했다.
이때 함께 지냈던 선수들은 올해 용산고를 졸업하고 각각 단국대와 건동대로 진학, 은사의 사랑에 보답했다.
자칫 어린 선수들이 방황하는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1대 1 면담을 한다. 그럴 때마다 박 감독은 “너는 이겨낼 수 있다, 너는 해낼 수 있다”라는 식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박 감독은 “지난해 프로축구 파동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로 입단했을 때 (승부조작 유혹 등에 대해) 예방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로구단의 안일한 선수관리 실태를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구단의 인성교육 강화, 선수 도덕성 재무장, 연맹의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 등이 시행돼야 이번 파문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용산고는 전국 여자 배구팀 가운데 팀워크가 가장 좋기로 이름이 나있다.
창단 첫해 전국체전 동메달을 시작으로 지난해 태박산배 전국 배구대회 우승, 전국체전 은메달 등을 따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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