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 지역 체육계가 안타까움 속에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KEPCO45(한국전력)와 대전· 충남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 더욱 애석해하고 있다. 연고지가 경기도 수원인 KEPCO45는 프로배구 출범 이전인 실업팀 시절 사실상 지역 연고팀이나 다름없었다. 1945년 창단한 이 팀은 수십 년 간 전국체전 배구 종목 남자 일반부에서 줄곧 충남 대표로 출전했다.
1989년 대전시가 광역시로 분리된 이후에도 프로배구 제5구단으로 프로리그에 참여하기 시작한 2008~09시즌 전까지는 대전 대표로 지역에 기여해 왔다.
선수단 구성도 지역색이 짙다. 올 시즌 등록 선수 17명 가운데 30%가량인 5명이 배구 명가 대전 중앙고 출신이다.
블로킹의 귀재 국가대표 출신 방신봉을 비롯해 센터 최석기, 라이트 이기범, 세터 김천재가 이곳 출신이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춘삼 감독 역시 중앙고(옛 충남상고) 동문이다. 이같은 인연 때문에 체육계는 이번 승부조작 사태를 더욱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대전시 체육회 관계자는 “KEPCO45는 전국체전 등에서 대전과 충남에 많은 메달을 안겼고 지역 사회에도 공헌을 많이 해 왔다”며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린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일파만파 확대되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신경을 곧추세웠다.
대구지검은 8일 오후 경기도 의왕 KEPCO45 선수단 숙소에 수사관을 급파, 홈경기를 위해 출발하려던 주전 선수 2명을 승부조작 혐의로 추가로 긴급체포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지역 출신이며 V리그 신인왕까지 차지한 바 있어 지역 팬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이로써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KEPCO45 선수는 모두 5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앞으로 타 구단 전·현직 선수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승부조작 시기 역시 최근 경기까지 전방위로 넓힐 예정이다.
지역 체육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역 내 초·중·고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배구인은 “각급 학교에서 자라나는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이며 프로선수에게서 꿈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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