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천 신성리 갈대숲 사이로 해가 지면서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고 있다. |
“살려주세요….”
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판문점에 배치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조우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 바로 서천의 신성리 갈대밭이다.
비무장지대 수색 도중 지뢰를 밟은 이병헌이 이곳을 지나던 송강호에게 도움을 청해 목숨을 건지고, 양 측이 이념과 국경을 넘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했던 바로 그곳인 것이다.
금강하구둑 언저리에 있는 신성리 갈대밭은 폭 200m, 길이 1㎞에 면적은 자그만치 19만8000㎡(6만여평)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자연학습장'이자 '한국갈대 7선'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막상 갈대밭 사이에 서 있다 보면 자연 속 갈대의 아름다움과 평온함 속에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금빛 물결의 금강 물결을 옆에 두고, 갈대들이 바람에 '스르락 스르락' 우는 소리를 듣다 보면 일상의 시름을 잠시 놓을 수 있다. 눈부신 햇살을 그대로 품은 금강 물결과 신성리 갈대밭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겨울철에는 고니, 청둥오리 등 철새의 군락지로도 유명해 관광객들은 물론, 사진작가들이 몰려온다. 덕분에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인과 가족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천군 관계자는 “서천은 원래 갈대숲이 많은 지역이다. 주로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갈대의 특성을 보면 서천의 자연환경을 가름할 척도가 되는 좋은 예로 200리 서천 해안을 따라 어촌과 갯마을 구석구석, 갈대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이면 천리를 흘러 내려온 금강 물결이 무성한 갈대와 만나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감성을 끄집어낸다.
겨울이면 잎과 줄기가 바싹 말라 바람에 흔들리며 부딪치는 소리와 고니, 청둥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철새들의 군무가 어우러져 오감을 일깨운다. 눈이 오는 날 갈대밭 안에 만들어 놓은 나무길을 따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넓은 갈대밭에 많은 길이 만들어져 있어 안내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않고 다니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신성리 갈대밭은 또 주민들에게 생계 수단이기도 했다. 금강 하구둑이 건설되기 전 신성리 갈대밭은 현재의 갈대밭 둑 너머로 형성된 농경지 전체를 덮을 정도로 넓은 갈대밭이었다. 옛날 신성리 주민은 갈대를 꺾어 빗자루를 만들어 쓰고, 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꾸리기도 했다. 이 빗자루는 신성리 특산품으로 '갈비'라고 불렸는데 쇠기 전에 꺾어다 삶아 만들면 10년을 쓸 정도로 좋았다고 한다.
신성리 갈대밭은 한 마디로 자연이 준 선물 같은 풍경이자, 삶의 수단이기도 했던 것이다.
●인근 관광지
신성리 갈대밭 인근에는 명품 천연섬유 한산모시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한산모시마을이 있다. 문화유산으로는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 생가와 기념관(시도기념물 제48호), 이색신도비와 묘소, 영정이 봉안돼 있는 문헌서원(문화재자료 제125호), 백제유민 최후의 항거지 건지산성(사적 제60호), 아담한 절 봉서사 등이 있다.
●찾아가는 길
자가용 이용시:서천나들목~서천나들목삼거리(좌회전 0.65㎞ 진행)~오석교차로(직진1.5㎞ 진행)~서천신시장교차로(우측차로 진입 후 좌회전 1.5㎞ 진행)~서천오거리(직진 8.0㎞ 진행)~광암삼거리(직진 1.4㎞ 진행)~지현삼거리(직진 0.89㎞ 진행)~유산사거리(우회전 1.6㎞ 진행)~구동교삼거리(좌측 구동교 건너 직진 1.3㎞ 진행)~연봉삼거리(직진(구보다농기계 수리센터 삼거리 위치) 2.3㎞ 진행)~신성리갈대밭
최두선 기자 cds081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