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벌어졌다. 훗날 '케임브리지 5인조'로 이름 붙여진 간첩조직이 적발된 것. 그 중 한명은 영국 정보부의 엘리트 요원이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그가 수많은 영국 요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소련의 이중간첩이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스파이 소설의 거장 르 카레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긴 소설을 썼고, 할리우드는 이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다. 영화는 전직 정보부 요원 스마일리가 정보부 최고위층에 잠입한 소련 간첩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스마일리는 용의선상에 오른 4명에게 각각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란 별명을 붙이곤 '내부의 적'을 찾아 나선다.
미로를 헤매는 듯 플롯이 복잡하고 발걸음도 느릿하다. '제이슨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할리우드식 화법에 익숙한 관객들은 지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후반부 들어 퍼즐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갈 때의 쾌감은 그간의 지루함을 싹 씻고도 남는다. 복잡한 상황을 꿰어 맞추느라 골치깨나 아프지만 고도의 지적 게임이 주는 묘미가 살아있다. 세련되고 우아한 지적 스릴러. 스마일리를 연기한 게리 올드먼은 이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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