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길 이번 사건을 요약하면 2010년 천안 경기에서 팀이 패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대가를 받은 것이다. 소속팀과 동료선수에 대한 배신을 넘어 어렵게 고조된 프로배구 열기에 한순간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겐 또 뭐라고 설명할 건가.
그 결과는 너무 잔혹하다.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더 많은 사례가 적발되면 파장은 더욱 클 것이다. 팬들을 눈속임한 범죄행위가 더는 없는지, 배후세력은 없는지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미리 얻는 교훈은 많다. 앞서 홍역을 치른 축구계나 새로 악재를 만난 배구계도 배경에는 불법 스포츠토토가 있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선수관리의 문제점이 또 드러났다. 물론 승부조작 관련 교육을 했고 불법도박과 스포츠토토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승부조작 관련 교육도 사건을 막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확인된 이번 단일 사건 하나만으로도 배구계는 사태를 잘 수습해야 한다. 혹시라도 제2의 중흥기를 맞은 배구의 인기와 명성을 잃을까봐 진상을 감추는 일도 없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사건 역시 검은 돈에 눈이 어두워 빚어진 일이다. 사전에 모의가 있었고 선수가 실수를 가장해 상대팀에 점수를 내주는 것도 어디서 많이 본 수법이다. 그런 만큼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재발을 막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승부조작과 금품 수수가 있을 개연성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K리그가 V리그로 바뀌었을 뿐이다.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내놓겠다”는 관계자의 말도 비슷하다. 승부조작이 빙산의 일각이었는지는 수사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한다. 다른 구단들을 포함해 선수 개입 여부까지 철저히 자체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제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 감시를 강화할 확실한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프로배구계의 일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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