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충남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공자가 60세에 이르러 도달한 경지가 바로 이순(耳順)이다.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바로 60세인 것이다. 지난 1일 취임식을 가진 정상철 충남대 총장이 내세우는 '소통과 화합'이라는 기본 운영 방침과 일맥상통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정 총장은 내부 구성원을 비롯한 17만여 동문, 지역사회 등과 '소통과 화합'을 통해 내실화를 이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No 1. 국립대'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총장직선제 폐지, 총장 성과목표제 도입, 국립대 법인화 등 강도 높은 정부의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충남대는 개교 60주년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지, 추락의 시기가 될지를 놓고 운명이 갈릴 위기에 서 있다. '직선제 마지막 총장'이라는 수식어를 달수도 있는 그의 어깨는 역대 총장들보다 한층 더 무거운 상황이다. 정 총장을 만나 위기탈출의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총장 취임 소감과 취임이후 근황은.
▲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은 충남대를 이끌어 갈 정상철 총장이 소통과 화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No 1. 국립대'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상구 부장 |
▲그 동안 보직자로, 그리고 교수로서 대학을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충남대를 책임지는 총장으로서의 중책을 맡게 됐다.
교과부의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추진, 구조조정 중점추진대학 선정 문제 등 대학에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도 많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총장으로 취임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 현재의 위기를 충남대의 발전을 위한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충남대의 현실 진단과 발전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는 충남대는 주요 거점 국립대로서 많은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충남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법인화와 대학통합을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본부 중심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열과 갈등을 심하게 겪었다. 그 결과 상호 불신과 피로감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대외적으로는 총장직선제 폐지와 기성회계의 건전성 확보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대학 선진화 방안의 이행 여부에 따른 구조조정 중점추진대학으로 선정되는 것을 피해 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다.
우리에게는 희망적인 요소도 많이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자리 잡은 지리적 이점과 대덕R&D 특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좋은 여건이 있어 발전 잠재력이 있고,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중앙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이제 눈앞에 이르렀는데, 이 점에서 충남대는 더 이상 단순한 지방대학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수도권대학이 된 것이다. 중앙부처에 있는 우수한 인력과 기반시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충남대의 발전방향이라고 본다.
-본부 내 학무위원 축소 및 부총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구상 중이라고 들었다. 조직개편 내용과 의미는 무엇인가.
▲유사 조직을 과감히 통·폐합, 본부와 부속기관을 대폭 축소하고 다소 방만하게 구성된 학무회의의 위원수도 과감하게 감축해 예산 절감을 꾀함은 물론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려고 한다.
특히 능률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교육관련 법령에 의하여 인정되고 있는 부총장제를 두려고 한다. 경륜과 인품을 갖춘 부총장을 통하여 각 부처간에 있을 수 있는 업무 갈등을 조정함은 물론 각 부처간 긴밀한 연결고리가 형성, 상호 협력을 통하여 행정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총장은 학교 발전을 위한 대외적인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고, 학내적으로도 대학의 문제점과 발전 방안을 학생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과 함께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들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총장 신설로 인해, 소통과 화합을 통한 대학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총장 후보시절 핵심공약사항으로 발전기금 1000억원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지속성을 추구함은 물론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분과 수혜를 받는 학생을 연결하는 1대1 장학 멘토링(mentoring) 운동을 도입하려고 한다.
발전기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자 하는 분과 수혜 학생을 연결, 이들이 멘토(mentor)와 멘티(mentee)가 돼, 멘토 본인이 직접 멘티 학생을 지정하게 된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장학멘토링을 시작으로,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업과 진로 상담으로 이어지는 학교생활멘토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취업까지 도움을 주는 취업멘토링으로 확대, 궁극적으로는 멘티 학생이 취업 후 자신이 받은 고마움을 또 다른 후배를 위해 돌려주는 은혜갚기멘토링까지 연결되는 선순환형 발전기금 모금 방식이다.
1 대 1 장학 멘토링이 정착되면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됨은 물론 수혜자가 다시 후배 사랑을 지정, 새로운 발전기금 기탁으로 연결될 것이다.
꿈의 1000억 원이 현실로 다가 올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총장인 나부터 이 운동에 직접 참여할 것이고, 보직자와 구성원은 물론 동문과 지역 사회가 순차적으로 동참하는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임기 내 제시하고자 하는 충남대의 비전은.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조급해 하지 않겠다. 발전할 수 있는 터를 닦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No.1 국립대'를 만드는 일에 최선의 노력할 것이다. 서울대가 법인화된 상황에서 경쟁 상대는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와 같은 주요 거점 국립대학들이다. 사실 대학평가지표상의 차이가 크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부 구성원들이 더 합심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제1의 국립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톱 10개 분야 50개 육성, 국립대 최고 수준의 연구와 복지기반 마련, CNU 고유 브랜드 가치 창출, 스마트 그린 캠퍼스 조성 등을 목표로 뛰도록 하겠다.
또한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또 한편으로는 대학의 내실화에 치중함으로써 탄탄하고 강한 대학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올해 추진하고자 하는 역점 추진 정책은.
▲먼저 학교 발전을 위한 행정 시스템을 정비한 후 교과부 추진의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적극 대응, 충남대를 위기에서 구해내고자 한다. 대외적으로는 앞서 얘기한 장학금 확보를 위한 1대1 장학멘토링 운동을 정착시켜 학교 발전의 기틀을 놓고자 한다. 즉, 충남대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나가겠다.
-교수들의 연구능력 제고 및 산학협력 발전 전략은.
▲무엇보다도 대학의 내실화를 강조한다. 훌륭한 연구 분위기를 조성, 교수들의 연구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 충남대가 내실화를 다지는 출발점이라고 본다.
뛰어난 연구능력을 갖춘 교수가 많을수록 수업의 질이 좋아지고, 이는 다시 훌륭한 인재 배출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실력 있는 우수한 입학생 선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총장 후보시절 선거 공약에서 밝혔듯이 연구비 인센티브제를 도입, 강화함으로써 교수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역량을 갖춘 우수한 신임 교수를 적극 초빙해 연구능력을 향상시킬 각오다. 특히 현행대비 최대 10배의 연구 인센티브제를 도입, 지속 가능한 연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정상철 총장은?
1954년 대전출생으로 대전고를 나와 서울대 사회학과(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충남대 교수로 재직, 기획처장, 경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등의 보직을 맡아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객원교수, 중국 동북재경대학 공상관리학원 객원교수, 조달청 조달업무심사평가위원회 정보화 소위원장, 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 회장, 전국국공립대학교 경상대학장 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대외적인 능력도 인정받았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정리=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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