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복]세시(歲時)풍속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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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복]세시(歲時)풍속의 아쉬움

[NGO소리]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2-02-08 13:25
  • 신문게재 2012-02-09 20면
  • 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음력으로 2012년 임진년 새해가 시작 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용의 해 중에도 흑룡(黑龍)의 해라 하여 갖가지 전설과 해석이 많았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과 달리 두 개의 월력 즉 양력과 음력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의 생일도 음력도 있고 양력도 있다. 그래서 우리처럼 만으로 몇 살, 집 나이로 몇 살 하면서 두 개의 나이를 가진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계산하면 우리의 계산법이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태중의 아기도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느낌에 왠지 양력하면 서양기분이 나고 음력하면 동양기분이 나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습관에 젖어 온 영향이라고 생각을 한다. 한 때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지켜 오던 음력 설 명절을 법으로 금지시키고 양력으로 설 명절을 지키게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력으로 설을 지냈다. 그래서 이중과세를 금지하는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고 심하게는 음력 설날 출근을 하게 했다. 그러나 다시 음력설을 지키도록 개정이 되었다. 그리고 태양을 보면 날짜 계산이 힘들지만 달을 보면 달력이 없어도 어느 정도 날짜 계산이 가능하다. 옛날 달력이 없을 때에도 초승달과 보름달 그리고 그믐달을 중심으로 날짜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력으로 1월을 정월이라고 한다. 그래서 설날을 정월 초하루라고 하고 보름을 정월 대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옛날 농경시대에는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는 명절 분위기로 보냈다. 특히 동네마다 양지쪽에 모여 놀던 윷놀이는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민속적인 놀이였다. 윷놀이는 단 두 명만 있어도 가능하고 아무리 여럿이 있어도 판만 만들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다. 또한 남녀노소가 같이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옛날에는 논과 밭두렁에 해충을 죽인다 하여 쥐불놀이를 했다. 동네마다 논과 밭두렁에 불을 질러 태우는 일을 일거리로 삼았다. 대보름 전야인 14일 밤이 가장 신바람이 났다. 어린이나 청소년 청년들까지 큰 논 한 가운데 모여 쥐불놀이를 신나게 했다. 깡통에다 못으로 구멍을 벌집 같이 뚫어 놓고 그 안에다 소나무 광술이나 나무로 가득 채우고 물을 지펴 원으로 뱅뱅 돌리면 휙휙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얼마나 잘 붙는지 금방 붉은 불덩어리 되어 장관을 이룬다. 나중에는 그것을 가지고 불 싸움을 한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던지 아찔하다. 또 다른 동네 아이들과 불 싸움을 하러 원정을 가기도 하고 또 자기 동네로 불러들여 불깡통을 휙휙 돌리면서 불 싸움을 한다.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요즈음 청소년들의 놀이문화에 비하면 하찮은 것 같아도 정말 은은하고 풍성한 낭만과 진한 감동이 있었다. 그 외에도 오곡밥 먹기, 달맞이 행사인 달집태우기, 더위팔기, 연날리기,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 널뛰기 등으로 풍성한 세시 행사를 가졌다. 오곡밥에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또한 밤이나 호두, 잣과 은행, 땅콩 등 딱딱한 과실을 오도독 소리 나게 깨물어먹으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고 튼튼해진다는 속설에 많은 사람들이 부럼을 들었다.

이러한 고유한 세시풍속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 옛날 추억이 그리워 시골에 가 보면 이제는 놀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없고 노인들만 사는 농촌이 적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각 지역별로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풍속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것 같다. “문화가 활발한 곳에 사업도 잘 된다”(Where culture is flurished, business is nurished)는 말을 곱씹어 생각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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