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봉씨 |
9일 충청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영광의 학사모를 쓰게 된 김주봉(58·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씨.
김씨는 1975년 배재대학교에서 유아교육으로 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뒤 33년만인 2008년 충청대학 사회복지학부에 입학해 아동복지를 전공했다.
이후 복지분야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곧바로 4년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인 충청대 사회복지상담학과에 입학해 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
4년간의 평균 학점이 4.3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했다.
김씨가 30년 이상 손을 놓았던 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큰 아들 때문. 올해 서른인 큰 아들은 유아시절 남들보다 한글을 일찍 깨우치는 등 주변에서 천재라고 할 정도로 똑똑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기대와는 달리 주변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검사를 받게 되었고 지적장애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녀의 삶은 남편과 자식만을 돌보는 전업주부의 삶에서 봉사자의 삶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몇 년간 아들을 돌보면서 '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 했고 이들에 대한 복지에 관심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동사무소에서 봉사대장을 비롯해 근 15년 이상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대학에서 복지관련 학문을 배운 것은 큰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 때문이다.
김씨는 큰 아들이 장애아였지만 교육은 일반인들과 같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싶었던 그녀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남편이 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지 못한 것이 부모로서 가장 가슴에 사무친 아쉬움으로 남았다”며 “아들이 비록 장애가 있지만 일반인처럼 밝고 건강하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아동복지, 상담학을 배운 그녀의 꿈은 아들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청주에만 2000여 명이 넘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애인 보호 작업시설은 단 7곳으로 수용인원도 220여 명으로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며 “앞으로 장애인 보호 작업시설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내년쯤에는 대학원에도 진학 할 예정이다. 그녀는 “장애는 창피한 게 아니라 단지 우리랑 조금 다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청주=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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