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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 |
최소한 충청권 총선을 관전하는 방법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유지될 것인가. 민주통합당은 총선을 통해 대선 교두보를 확보할 것인가. 자유선진당은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중 충청이 기반이라는 자유선진당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처연한 지경이다. 이웃집을 기웃거리던 현역의원 3명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차례로 당을 떠났고, 심대평 대표에게로 향한 책임론은 당대표 사퇴론까지 이어지고 있다. 18대 총선 직전인 2008년 2월 1일 이회창 총재를 영입해 화려하게 출항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가 생물이라면 선진당 현역의원 3명의 줄탈당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범인(凡人)이 곧 침몰할 것 같은 배에 남아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남아있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이용희·이상민·김창수 의원의 탈당은 선진당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그들에게 탈당의 명분이 명확히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선거철만 되면 자리를 옮기는 정치인들의 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당과 이념이 애초부터 맞지 않았다. 마음이 맞는 당은 따로 있었다. 당 개혁을 위해 분골쇄신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택한 곳은 대부분 권력을 곧 잡을 것 같은 안전지대였다. 조강지처를 내치지 않는 것은 우리네 정서다. 먹고 살기 어려운 가난한 집안을 두고 살길을 찾아 떠난 그들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 몫이다. '선진당의 현재'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원인이 있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아직까지 보수대연합이나 개헌연대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수대연합의 대상인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당내 복잡한 계파 정리하기에도 바쁜 상황이고, 개헌 카드는 한참 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오·김무성 의원까지 전도사로 나섰지만 실패했다. 지금 선진당에 필요한 것은 위기를 직시하는 현실 인식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보수연합과 개헌연대라는 낡은 녹음기를 틀어 유권자를 돌아서게 하고 있다.
선진당은 두번이나 청와대 문턱까지 갔던 이회창 전 대표가 있고, 참여정부와 현정부에 의해 몇차례 총리 물망에 올랐던 심 대표가 있으며, 한때 'YS의 젊은 피' 이인제 의원이 있다. 시쳇말로 스펙만큼은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에 뒤지지 않는다. 선진당이 여야 두 거대 정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무시해온 충청지역 현안을 중앙정치권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정체성이다. 지금 유권자는 선진당이 무엇을 말하고 있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가 궁금하다. 지금 선진당에 필요한 것은 절실함이요, 절박함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보는 총선의 셈법은 선진당과 다를 수밖에 없다. 대선주자가 널려 있는 상황은 십수년간 이어온 간판을 바꿔달게 하고, 적진에 뛰어드는 장수가 속출하게 한다.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먹을만한 과실이 즐비한 식탁을 대면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총선에서 이기면 개선 장군이 되고, 지면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성스런 패장이 되는 연유다.
무릇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 초년병이나 중진이나 때로는 부나비가 되고, 때를 기다리는 '강태공의 시절'이 도래했다. 회남자에는 '불음도천'(飮盜泉·목이 아무리 마르더라도 훔친 샘물은 먹지 않는다)이라는 글귀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선거는 공직에 오르는 등용문이다. 한명, 한명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총선주자들의 종착지가 부와 권력이 아니라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시세에 따라 부침하는 정치인을 누가 뽑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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