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
예나 지금이나 뛰어놀기 좋아했던 학동들이 노는 재미에 빠져서 훈장님이 내주신 숙제는 안중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훈장님은 회초리를 들고 암송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학동은 한 구절이라도 암송해 보려 하지만 자꾸 틀려서 주위 친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보다 못한 한 친구가 훈장님 몰래 슬쩍 암송구절이 담긴 책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훈장님이 그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당시에는 서당에 다니지 않던 아이들도 할아버지 사랑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흉내내곤 했는데, 때로는 그 음을 바꾸어서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신바람에 노래삼아 부르고 다녔다. 지금은 이러한 광경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한 집안이 잘되는 기준을 다듬이 소리, 책 읽는 소리, 아이 울음소리가 담넘어 들려오는 집으로 삼기도 했다. 책 읽는 소리가 마을의 집집마다에서 들려오고 골목에서는 해학적인 천자문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흥겨운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흰 눈이 펄펄 내리고 복실 강아지가 깡충깡충 뛰어 다니는 풍경 또한 그리워진다. 물론 세상이 변해서 여러 가지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서 전자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하늘천 따지 가마솥의 누룽지를 큰 소리로 불러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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