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서당풍경 - 정겨운 책 읽는 소리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서당풍경 - 정겨운 책 읽는 소리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 승인 2012-02-07 14:58
  • 신문게재 2012-02-08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옛 그림을 보면 서당그림이 상징적이다. 훈장님이 가운데 앉아 계시고 여러 아이들이 양쪽에 앉아있다. 한 아이가 훈장님 앞에 나와 아이들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데 매우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한 아이가 책을 살짝 펴서 들이 밀고 있고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는 들이 민 책을 곁눈질로 볼까 말까 망설이는 듯하다. 훈장님의 한 손에는 작은 회초리가 들려있다. 서당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상당히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어제 훈장님이 어떤 구절을 외워 오라는 숙제를 낸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뛰어놀기 좋아했던 학동들이 노는 재미에 빠져서 훈장님이 내주신 숙제는 안중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훈장님은 회초리를 들고 암송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학동은 한 구절이라도 암송해 보려 하지만 자꾸 틀려서 주위 친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보다 못한 한 친구가 훈장님 몰래 슬쩍 암송구절이 담긴 책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훈장님이 그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옛 서당과 훈장님과 학동들의 훈훈하고 정겨운 일상들이 눈에 훤하게 보이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광경들은 마을마다 찾아 볼 수 있었다. 서당이 없는 마을이라 하더라도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마을 할아버지가 근대식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아이들을 사랑방에 모아놓고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루황'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지금도 시골 마을의 경로당이나 아파트 노인정에서 한자나 한문을 배우고자 하는 어린이들에게 마을이나 아파트 노인들이 한자나 한문교실, 서예교실을 열어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당시에는 서당에 다니지 않던 아이들도 할아버지 사랑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흉내내곤 했는데, 때로는 그 음을 바꾸어서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신바람에 노래삼아 부르고 다녔다. 지금은 이러한 광경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한 집안이 잘되는 기준을 다듬이 소리, 책 읽는 소리, 아이 울음소리가 담넘어 들려오는 집으로 삼기도 했다. 책 읽는 소리가 마을의 집집마다에서 들려오고 골목에서는 해학적인 천자문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흥겨운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흰 눈이 펄펄 내리고 복실 강아지가 깡충깡충 뛰어 다니는 풍경 또한 그리워진다. 물론 세상이 변해서 여러 가지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서 전자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하늘천 따지 가마솥의 누룽지를 큰 소리로 불러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