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숙자 회장 |
대전 선화동 유원오피스텔 7층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빛사랑나눔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숙자(70·사진) 회장은 고희를 맞은 나이임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곱고 정정했다.
예쁜 털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정 회장은 할머니지만 소녀같은 느낌을 주었다. 젊은 시절 성우가 꿈이었다는 정 회장은 동화구연가라는 경력답게 말씨도 조리있고 또박또박하고 정감 있었다.
동대전성결교회 교인으로서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빛사랑나눔회를 대전·충청은 물론 전국적인 봉사조직으로 이끌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혼모를 위한 자립시설 설립과 시각장애인 개안 수술을 돕고 싶다”며 “사회 소외계층이라면 흔히 노인이나 장애인, 아동 등을 떠올리지만 미혼모를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나 보호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을 돕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정 회장이 미혼모 보호시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단체 설립 초기 이곳저곳 열심히 후원금이나 위문품을 전달하러 다니면서 알게된 미혼모 보호 시설들 때문이란다. 정 회장은 “다른 사람들의 방문은 물론 위문품조차 반갑지 않은 시선으로 맞이하는 자신감 없는 미혼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개념의 미혼모 보호시설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미혼모들이 마음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고 나아가 자립까지 지원하는 센터 설립을 구상하고 있단다.
정 회장은 어두운 곳을 비추는 빛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개안 수술을 해주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희망근로자들이나 노숙자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서 공주떡집의 영양떡을 주문해 이들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복지만두레를 통해 푸드마켓에 음식을 전달하는게 정 회장의 주업무가 됐다.
700여 회원들을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한빛사랑나눔회가 비영리단체인 만큼 봉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판기 운영은 물론 참기름, 멸치 유통 등 다양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벌여왔다고 했다.
“베풀 수 있는 힘을 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하지요. 저희와 뜻을 같이하는 후원회원들을 많이 보내주심도 감사합니다.”
독실한 크리스천답게 정 회장은 감사한 마음이 몸에 밴 듯 했다.
“우리 회원들이 합심해서 미혼모 보호센터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여기에 실버 어르신들도 모셔다놓고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 겁니다. 미혼모와 아이들이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5년 정도 돌봐주면서 이들이 제과나 제빵, 컴퓨터 등 기술을 배우게 하는 거지요.”
금산의 3대 갑부집 딸로 태어난 정 회장에게 봉사 마인드를 심어준 롤모델은 다름아닌 그의 부친이란다.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사셨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남을 돕는 일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했고 부친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70평생을 살아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던 중 80년대 어느 교회 여 권사의 헌신적인 신앙생활에 감화감동을 받고 기독교신자가 된 정 회장은 여전도회 활동을 하면서 세상의 빛이 되고자 결심하게 됐단다.
정 회장은 2009년과 2010년에 희망근로자들에게 1280만원을 지원하고 잔치를 베풀어 줬다. 이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서다.
그의 한빛사랑 나눔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소외계층의 대모로서 끊임없이 사랑하고 나누며 세상의 빛이 되고자 노력하는 그에게 고희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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