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지현 교수 |
기분전환을 위해 큰마음 먹고 창문을 활짝 열어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추위가 금세 창문을 닫게 한다. 사람들은 온종일 이러한 폐쇄된 장소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통이나 코가 막히는 듯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흐르기도 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바로 21세기형 유행병으로 불리고 있는 '빌딩증후군'이다. 빌딩증후군의 증상과 예방법 등을 건양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강지현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닫힌 빌딩내의 오염물질 주의해야=사무실 내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오염물질들이 있다. 최근 실내 흡연금지로 상황이 좀 나아진 듯 하나, 난방장치의 곰팡이, 바닥용 깔개와 카펫트, 복사기 등 사무기기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라는 휘발성 오염물질, 단열재와 바닥 등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석면, 라돈가스 등의 갖가지 화학물질과 전자파 등이 눈에 보이지 않게 사무실의 근무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오염된 공기가 계속해서 내부 순환을 반복하고 있고, 밀폐된 건물에서 비정상적인 공기순환으로 산소 또한 부족하다. 또 우리 몸의 생리와 맞지 않는 실내온도와 습도 등도 빌딩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하면서 눈과 코, 목 등의 점막이 메마르기 쉬워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곰팡이나 세균과 같은 것이 에어컨 등 냉·난방기에 기생할 경우 빌딩증후군을 더욱 쉽게 유발할 수 있다. 여름철의 냉방병이 대표적인 빌딩증후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지은 건축물인 경우에는 건축자재, 가구 등 접착제와 단열재 등에서 많은 휘발성 물질들이 새어나오기 때문에 호흡기는 물론 신경계에도 더욱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이 밖에 작업에 대한 만족도와 근무 분위기 등 정신적인 요소와 스트레스도 빌딩증후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딩증후군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아파트, 지하철, 자동차 안 등 하루 중 80% 이상을 실내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발병의 가능성이 높다.
강지현 교수는 “여성이나 젊은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알레르기병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빌딩증후군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콘택트 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쉽게 눈이 뻑뻑하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떠한 증상을 호소하나?=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겐 원인 모를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피로감이 몰려든다. 이처럼 사무실이나 아파트 등 한정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빌딩증후군의 증상으로 현기증이나 두통, 후두염, 알레르기 증상 등을 주로 호소하게 된다. 이밖에도 호흡기와 폐에 질환을 가져오면서 심한 기침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피부자극, 메스꺼움, 구토, 어깨통증, 눈의 충혈, 피로, 무기력, 불쾌감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또한 작업능률을 떨어뜨리고 기억력이 감퇴해 정신적인 피로를 일으키기도 한다.
빌딩증후군은 보통 맑은 공기를 쐬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간 이런 환경에 노출될 때는 간혹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질환이나 만성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있으며, 장기간 노출이 폐렴이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폐암과 같은 큰 병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빌딩증후군의 예방 및 대책=환경적인 문제로 인한 빌딩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광이나 온도, 습도, 환기나 공기정화 등의 근무환경을 자연환경에 최대한 맞추는 것이 최선책이다. 온도는 16~20, 습도는 40~60%가 적당하고 2~3시간마다 환기를 시켜 적당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운 날보다는 따뜻한 날 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런 날은 건물 안팎의 온도차가 적어져 거의 환기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실내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를 자주 해야한다. 잠깐씩이라도 바깥바람을 쐬면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녹색식물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벤자민, 고무나무, 잉글리시 아이비, 골든 포토스 등은 형광등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권장할만하고, 만약 채광이 잘되는 곳이라면 실내덩굴이나 국화, 진달래 등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의치 않다면 공기청정기, 산소발생기, 숯 등을 이용해 유해물질을 제거해주는 것도 좋다. 장시간 운전할 때도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한시간에 한번쯤 환기하는 것이 좋다.
강지현 교수는 “빌딩증후군은 잦은 환기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실내에 장시간 있다보면 공기의 오염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공기가 얼마나 탁한지 감각이 저하된다”며 “'환기'의 필요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항상 염두에 두어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환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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