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내가 부를 노래 사돈이 부른다?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내가 부를 노래 사돈이 부른다?

김민영·사회부 차장

  • 승인 2012-02-06 21:47
  • 신문게재 2012-02-07 2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 김민영·사회부 차장
▲ 김민영·사회부 차장
대전도시철도공사의 직영역 전환 과정을 지켜보면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있다.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의 아가사창(我歌査唱)이 그것이다. 아가사창은 나에게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나를 책망할 때 쓰는 말이다.

대전시는 조직진단을 하고,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인원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2010년 669명에서 583명으로 정원을 감축했는데도 이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물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기업 선진화와 구조조정, 민영화 등이 화두였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대구시가 도시철도 3호선을 개통하면서 운영하는 인력구조를 보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철저히 부흥했음을 알 수 있다.

대구시는 3호선 30개 역을 개통하면서 240명의 인원만을 투입했다. 대전시는 22개역 1개 노선만을 운영하지만 직원이 580여명을 넘어선다. 단순 비교는 어렵다. 대전시도 2호선을 늘린다고 직원을 1+1로 580명을 추가로 늘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타이트한 운영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 1개 역사에 승무원은 1~2명에 불과하고, 인력을 최소화 했기 때문이다. 대전은 역사마다 인력이 10여명에 이르고 있고(3교대), 공익근무요원도 100여명이 배치돼있다. 이 대목에서 필요이상 인력이 많음을 지적하는 것이기 보다는 이같은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2005년 설립했고, 도시철도 1호선은 2006년 개통했다. 불과 6년 남짓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6년전 대전시는 도시철도공사를 조직하면서 필요인력 구성을 위해 국내외를 벤치마킹을 했고, 적정인력을 계획에 의해 설계했을 것이다. 결정권자의 승인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가 설계한 조직을 이제와서 숫자가 많다고 책임은 공사에게 지라고 하고 있으니, 도시철도 입장에서는 적반하장, 아가사창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르니 어려워서 말도 못하는 장인의 심정은 어땠으랴? 문제는 도시철도도 자신들에게 감당하라고 대전시가 떠넘긴 책임을 또다시 비정규직에게 해소했다. 힘없는 비정규직들은 거대 조직의 힘에 밀려 쓸쓸히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

조직 슬림화가 무조건 구조조정이나 인력해고 형태로 가는 것도 문제다. 조직이 방대하다는 것은 일에 비해 인력이 많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을 창출해내면 노는 인력은 사라진다. 힘없는 사람의 밥그릇을 뺏기보다는 새로운 식량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계권자들이 애초에 효율적인 설계를 하면 이같은 시행착오는 없을 것이다. 현명한 사돈이여 마이크를 내려 놓으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