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영]상경하는 환자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석영]상경하는 환자들

[중도마당]김석영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무원장

  • 승인 2012-02-06 21:42
  • 신문게재 2012-02-07 20면
  • 김석영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무원장김석영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무원장
▲ 김석영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무원장
▲ 김석영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무원장
겸언쩍어 하며 환자와 보호자가 나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이다.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달라며 치료는 서울에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병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서울 사는 아들이 오라고 한다며 굳이 묻지도 않은 대답을 덧붙인다. 처음 암으로 진단을 받은 우리 병원을 떠나서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을 원하는 경우는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이렇듯 다반사가 되어 버린 환자의 서울로의 이탈은 우리 병원뿐만이 아니고 지방의 대학병원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다. 물론 환자가 치료의 영역에서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존중되어야 할 기본 권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장의 논리로 본다면 궁극의 의료 소비자인 환자와 보호자가 스스로의 판단 하에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소비의 한 형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특정 지역과 특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그 정도가 지나쳐 다분히 염려스러운 면이 있다.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한 질환의 대표격인 암환자의 경우를 살펴볼 때 환자나 보호자의 대답은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그 병원이 수술을 많이 하고 잘 하는 병원이다. 둘째는 서울이 지방보다는 치료법에서 뭐가 달라도 다른 점이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서울에 있는 병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부분은 이런 이유다. 분명히 맞는 점이 있다. 이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이라는 병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생겼다면 최선의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어찌 이해되지 않겠는가? 주변을 통해 알아보고 또 인터넷을 검색하니 크고 웅장한 서울의 대학병원이 정답인 것 같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 병원에서는 암 수술을 많이 한다고 발표 하기도 했다. 이제는 슬슬 믿음이 신념이 되어간다.

정말 우리의 선택은 합리적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다시 암환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암은 질환의 특성상 근치적인 치료 이외에도 재발과 전이를 관리하기 위해 최소 몇 년 간의 외래 진료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수술을 포함한 근치적 치료 후에 추가적인 전신 항암 요법이나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2주에 한번씩 서울에 올라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처음 한 두 번은 할만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수년간 주기적으로 서울을 오가야 한다면 직접적인 치료비용과 더불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적지 않은 교통비 등 경제적 부담과 수시로 연고지를 떠나야 하는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응급상황이 생겨 예상치 못한 입원을 해야 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시말해 대부분의 치료가 한번의 입원으로 끝나지 않는 암이라는 병의 특성상 타지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경우 앞으로 감당해야 할 무시 못할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에는 지방과는 다른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가? 더 나아가 치료의 결과가 과연 더 좋은가? 암환자의 경우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며 이는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특히 암수술 같은 경우는 그 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어 경험 있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규격화된 동일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동일한 치료와 그 결과가 보장된다면 굳이 연고지를 떠나는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어려운 걸음을 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분주한 곳은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가 되기 싶다. 이제 막연히 서울에서 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역병원을 이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는지 이성적으로 되새겨 보자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