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의]大田에 사는 즐거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홍인의]大田에 사는 즐거움

[시사에세이]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 승인 2012-02-06 21:41
  • 신문게재 2012-02-07 20면
  • 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 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 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얼마전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을 선정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대전이 고향이면서도 대전의 대표음식에 무관심했던 터라 관심있게 기사를 읽었는데 어느 음식이 선정됐다는 내용이 아니라 대전만의 특징을 갖고 있는 음식을 고르기가 어려웠다는 점에 기사의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었다. 어디 음식뿐일까. 문화, 예술은 물론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도 '대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을 떠올리기는 쉽지가 않다.

필자는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 때문에 고향인 대전을 떠나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 여러도시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5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웬만한 도시들도 대부분 수백년의 유서(由緖)를 자랑하며 나름의 전통과 독특한 지역색을 갖고 있었다. 전국의 대도시 가운데 불과 100년 정도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일천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는 대전이 유일한 듯하다. 도시의 역사가 짧다보니 이렇다하고 내세울 변변한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사시간에 대전이라는 지명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아니어서 도시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할 만한 특징이 없는 게 사실이다.

경부선철도 부설이후 100년 가까이 들어왔던 교통의 요충이란 표현만으로 대전을 나타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내세워 과학의 도시로 불리기도 하고 정부대전청사가 입주했으니 행정의 도시로 불리기도 하는데 부분적으로는 타당하지만 대전의 정체성과 특징이 모두 담겨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전을 어느 한가지 기능에 묶어둘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 신탄진에 살았던 필자는 기차로 대전역까지 와서 문화동에 있던 대학 캠퍼스를 걸어서 다녔는데 내가 걸었던 길 주변에 있던 건물 상당수가 아직도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수십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하기도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대전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대전과 충남도청 사이에만 존재했던 도심기능이 이제는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도시를 에워쌌던 군부대와 공장부지가 시민의 주거공간으로 변모해 중심부와 변두리의 구분이 희미해졌다.

대전이 경험해 온 이같은 변화가 지금까지는 2륜구동 방식이었다면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새로운 동력원이 더해지면서 4륜구동으로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물론 차분한 준비와 시민의 단합된 의지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변화와 역동성이야 말로 대전과 대전사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한다. 100년에 불과한 짧은 역사가 부끄럽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도시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짧은 시간 동안 이룬 성과가 자랑스러운 것이고 지나간 역사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지명이지만 앞으로의 역사에서 대전이 한국의 중심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전의 가능성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0년 기준으로 대전의 인구증가율은 4.1%인데 전국 특·광역시 평균증가율인 0.6%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인구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대전이 젊은 도시이며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반증이다.

대전의 도로에는 58만대의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매일 40명이 태어나고 27쌍의 남녀가 결혼한다. 하루에 230만의 석유를 소비하고 1270t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150만 시민이 숨가쁘게 만들어 가는 대전의 단면이다.
지난날을 추억하며 자기만족을 느끼기에 대전은 아직 젊고 변화의 속도 역시 너무 빠르다. 우리는 대전에 살면서도 대전의 역동성과 성장가능성을 과소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연히 남의 떡을 시샘하며 정작 내가 맛있는 떡을 빚을 생각은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고향을 떠났다가 30여 년만에 다시 대전에 살게 된 나같은 사람에게 12개의 빼어난 봉우리가 도시의 둘레를 이어주고 3개의 큰 하천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과거와 변함없는 자연을 즐기는 것도 큰 행복이지만 이와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역동적인 대전의 모습을 보며 내가 그 성장에 작은 벽돌하나를 보태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대전에 사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