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이 왜 늦어지는 지는 국민들은 다 안다. 정당 간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영남에서 3석, 호남에서 1석을 줄이자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에 새누리당은 선거구 조정을 최소화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 당에 더 유리한지 정치적 셈법으로만 접근하고 있으니 합의가 될 리 없다. 획정 지연은 유권자와 출마자의 혼선을 방치하는 정치적 기만행위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말처럼 “기득권을 지키려는 거대 정당의 횡포”다.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은 아예 무시해버렸다. 이럴 거면 왜 획정위를 구성한 것인가. 획정위는 천안을과 파주 등 8개 선거구를 분구 또는 신설하되 부산남구, 대구달서 등 5개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1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표의 등가성을 최대한 감안한 것이다. 정개특위가 이 안을 아예 무시한다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보호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개특위는 지금이라도 획정위의 권고안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8곳을 분구하고 5곳을 통폐합하면 의석수는 3개가 늘어난다. 여기에 세종시 선거구를 새로 만드는 '3+1'이 순리다. 의원이 4명이 늘어나는 만큼 국회의원 수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것인지만 합의하면 될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장에게 오는 9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쳐달라고 촉구했다. 국외 부재자 신고 명부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급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정개특위는 꼼수를 궁리할 게 아니라 인구 등가 기준을 지키는 선거구 획정으로 헌법상 평등선거의 원칙을 확실히 이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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