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섭 정치부 |
이유는 하나다. 당리당략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지역구 획정안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시한 안은 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인구수 등을 기준으로 제19대 총선에서 전국 8곳의 선거구를 분구하고, 5곳의 선거구를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과 원칙은 온데간데 없고 정치적 이해관계만 난무한 정개특위에서 이러한 안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개특위 논의 과정을 좌지우지하는 새누리ㆍ민주 양당은 철저히 이해관계에 기반한 '아전인수'식 선거구 획정안을 들고 나왔다. 이해관계가 충돌하자 급기야 새누리당은 세종시 선거구 신설 문제를 볼모로 잡았다.
최근 양당은 다시 세종시 선거구 신설을 포함한 선거구 획정에 일정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지지만,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정개특위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세종시 선거구 신설은 처음부터 거래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이를 발목잡았고, 민주통합당은 이를 명분삼아 슬쩍 물러서는 분위기다. 이런 과정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천안 을 선거구 분구문제는 여야의 정치논리에 묻힌 희생양이 되고 있다.
양당은 영ㆍ호남의 의석을 지키기 위해 세종시를 볼모로 천안 을 분구 문제는 서랍 속에서 꺼내놓지 조차 않았다. 자연스레 충청권이 주장해 온 표의 등가성 문제는 외면 당했다. 충청권 주민들은 여전히 지역적 과소 대표성으로 인해 '표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2등 시민'이 되고 있다.
최근 민주통합당의 한 지역 인사 조차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다고 선거구획정위를 만들어 놨는데 지금 상황은 여야를 떠나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주무르는 꼴”이라고 격분을 쏟아냈다. '생선가게 고양이'에게 주인된 권리마저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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