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용띠해가 밝았다. 그것도 60년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가 밝았다. 용은 비록 상상의 동물이지만 우리민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좌청룡 우백호가 그렇고, 화룡점정처럼 구름을 타고 하늘을 올라간 전설도 그렇다.
신년벽두. 본보는 흑룡의 해를 맞아 용솟음치듯 사회적으로 만연한 세대와 계층간, 정치세력간, 가족간, 이웃간, 개인-집단간 등 각계각층의 소통부재를 털어내는 '벽을 허물자'란 캠페인성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소통부재에 따른 불신이 도를 넘어섰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이제는 믿지 못하는 눈치다.
식상한 정치에, 뻔한 정책에, 무슨 말만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만다. 하긴 그동안 겉만 번드르하고 속은 빈, 쭉정이가 어디 한 둘이었을까.
그 때문에 지역민은 지역민대로 자치단체는 자치단체끼리, 또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단단한 벽을 둘러치면서 그야말로 '따로국밥'이다.
모두가 자기들만 잘났다. 배려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정치는 줄곧 평행선을 달리며 서로를 헐뜯지 못해 안달인양 날마다 겁박이다.
또 가족, 이웃, 친구간은 어떤가.
깨어진 가족의 자화상은 오늘 날 벽이 얼마나 두터운지 잘 보여준다.
단순한 주차문제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웃간의 벽은 끔찍하다 못해 섬뜩하다.
여기에 지난 연말부터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는 또 다른 친구간 불신의 벽을 단단히 쌓고 있다.
철저히 무너지고 있는 교권,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인식,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 사회 곳곳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벽으로 갇혀 있다.
이 모두는 서로가 소통할 수 없는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어느 장애인의 말 한 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집집마다 집 앞턱을 2㎝만 낮추면 모두가 편안해집니다.”
그렇다.
비록 2㎝의 턱을 낮출 뿐인데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 대한 배려다.
배려는 곧 소통이다. 통한다는 것은 그만큼 믿음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소통부재를 깨기 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벽 허물기.
올 한 해 각계각층간 벽을 허물 수 있는 흑룡의 기운이 구석구석 뻗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눈치보지 않고 내가 먼저 다가서고 이해하는, 그래서 상대가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으면서 두텁게만 느껴지던 소통의 벽이 뻥 뚫리길 기원해본다.
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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