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그런 여유가 있었으니 국내도 풍족했다. 하지만 빈민가는 여전히 빈곤과 실업에 시달렸다. 동네 학교는 우범소년의 놀이터였다. 소년의 비행(非行)이 난무한 통제 불가능지대였다. 1951년 개봉된 영화 'Blackboard Jungle', 직역하면 칠판 정글이고 칠판은 학교의 상징이니, 타이틀의 뜻은 폭력교실이다. 1950년대 미국 중·고등학교 풍경을 고스란히 그렸다.
실상을 잘 그렸다 해서 대히트를 쳤다. 주연은 당대 명배우 글렌 포드로 전쟁에 나갔다가 살아 돌아온 귀환병인 그는 고등학교 교사로 취직, 시내 중심가 빈민지역에 발령 받았다. 학교 황폐화의 주역은 단 한 명. 비행을 밥 먹듯 저지르는 불량학생이 좌지우지했다. 교직원마저 안중에 없었다. 공부는 뒷전이고, 훼방을 놓는 통에 수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동조자와 방관자만 있었다. 교사와 학생을 하나하나 설득해 나갔다. 밤마다 협박전화에 시달렸다. 굴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가난으로 비틀어진 심성을 바로 잡아 주었다. 결론은 해피 엔드. 로큰롤이 최초로 주제가로 등장하기도 ?다. '밤새 춤추자(Rock Around The Clock)'다. 이후 로큰롤은 마약과 히피와 더불어 청소년 문화(teen culture)로 일시에 자리 잡는다. 1970년대까지 미국은 수업방해와 패싸움, 교사폭행, 시설파괴에 시달렸다. 8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진정됐다. 대신 집단 괴롭힘 '왕따(bullying)'가 들어섰다.
전후 일본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80년대까지 극성, 공공연하게 학생들이 반항했다. 교실붕괴를 우려한 어른들의 힘으로 제압됐다. 뒤이어 90년대에는 집단 괴롭힘 '이지매'가 등장했다. 미·일간에는 10년의 시차가 있다. 우리도 2000년대 들어서부터 학교폭력이 성행했고 왕따가 유행했다. 10년 시차다. 소득수준과 관련 있다는 설도 있다. 더 잘 살게 되면 줄어든다고도 한다.
미국이나 일본은 학부모가 자식의 불량행태에 가세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실 정상화에 한쪽 기둥 역할을 했다. 다른 기둥인 교사를 도왔다. 입장을 이해하고 지원했다.
어느 중학교 교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마흔넷 여교사에게 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의 전학조치에 대해 항의했다. 학생은 곁에서 연신 욕설을 해댔다.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 이 장면을 30대 중반 영어교사가 찍었다. 이를 뺏으려다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괘씸하다. 그렇다고 소송까지 가지는 말았으면 했다. 다행히 학부모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한다. 우리의 교실은 경제개발 궤도와 일치한다. 선진국은 200여 년에 걸쳐 발전했다. 우리는 단 20년에 이룩했다. 교육도 압축성장, 단계별로 겪은 일탈행위를 한꺼번에 다 경험하는 중이다. 거기에 우왕좌왕 교육정책이 혼란을 가중시킨다. 대학입시와 학교제도는 매년 바뀐다. 좌파는 진보로 진격한다. 우파는 보수로 행군한다. 교육에 웬 이념전쟁인가 말이다.
좌익이건 우익이건 공통점 있다. 딱 하나, 스승의 설 자리 박탈이다. 소년소녀를 자살로 모는 교육, 이게 어디 가르치고 배우는 곳인가. 무슨 이유로 한창 꽃피울 나이에 세상을 등지나. 학교에 스승 없으니 상담 한 번 못하고 죽는다. 소위 학생의 인권신장이라는 규제완화와 기율부재, 이에 대응한 교사 규제 강화와 지도권 축소가 초래한 해악이다. 스승이 설 자리가 없다.
일본은 공부 덜 시키고 간섭 덜 하는 유토리(餘裕)교육을 실시했다. 학생의 부담 감소에 주력했다. 결과는 학력저하와 학생폭력이었고, 선생이 뒤로 물러섰다. 교실붕괴는 당연했다. 스무 해 전 교육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교권을 복원하고 학력을 강조했다. 기본으로의 회귀다.
학교는 학생의 심신이 자라며 배우는 곳이다. 선생은 제자를 미래로 이끄는 별이다. 학교와 가정의 연대가 연약한 시대다. 엄마가 아이 키우고 아이학교에도 가는 옛 사회가 아니다. 먹고 살기 빠듯하다. 아이들에게 신경 쓸 짬이 거의 없다. 잘 사는 집은 돈으로 대신한다. 학교의 리더는 교사다. 교사를 교육현장 실세로 만들어야 한다.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교실이 제 기능을 한다. 경찰은 나중에 들어가도 된다. 언론은 냄비노릇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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