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가정에서도 가훈(家訓)을 정해 가족들이 지켜나가야 할 규범으로 여긴다.
전통적으로 가훈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주로해 가정이나 가문마다 나름의 덕목을 선정해 왔다.
가족들의 가치기준과 생활태도, 지향하는 이념과 목표가 여기에 담겨 있고 가족을 하나로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명문세가의 가훈이나 가풍은 후세까지 전해지기도 한다.
가훈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안지추(顔之推)가 가솔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고 성현의 가르침은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 집안의 대소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을 편찬한 '안씨가훈(顔氏家訓)을 비조로 꼽는다. 이러한 가훈은 시대에 따라 충효, 수신(修身), 성공 등을 강조하는 내용에서 최근에는 '가정헌법(家庭憲法)'이라는 이름으로 가족들이 함께 지켜나갈 약속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가정 헌법 만들기'는 4년 전, 법무부와 한 언론사가 공동으로 시작했는데, 연초가 되면 온 가족이 참여해 그 해에 가정에서 중점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항을 주제로 해 공통적인 사항과 이행해야 할 개별적인 항목을 정하고 다함께 지키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가정 헌법을 정할 때에는 거기에 넣을 내용은 물론 단어 하나까지도 가족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공감하는 가운데 실천하고자 하는 내용을 결정함으로써 제정단계에서부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체험하고 나아가 소통이 가지는 의미를 깨닫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족이 함께 논의를 거쳐 정한 약속이라 이행도가 높다고 한다.
3000여 가정을 조사해보니 첫 해에는 '사랑'이 45%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였지만, 2년차에는 '소통'이 맨 앞을 차지했고 이어서 '사랑', '화목' 순으로 많이 쓰였으며, 3년차인 지난해에도 가족 간 소통을 강조하는 내용이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에 최우수로 선정된 가정에서는 '스스로 실천하고 소통하는 가족이 되자'는 주제로 가족 간 대화하고 사랑하는 방법,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자는 내용으로 설정했는데 그 자녀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가족 간,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가정헌법 만들기를 계기로 가족 간 대화와 접촉이 잦아지면서 집안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또한 '하루 한 번 안아주기', '함께 식사하기', '한 달에 한 번 소풍가기'처럼 가족 간의 관계를 두텁게 하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소통의 강화는 사회의 요구이고 시대적인 과제가 되면서 '청춘 콘서트', '토크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하는 이벤트성 소통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정치 지망생들이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다니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소통은 진정성과 순수성으로 상대방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고, 자기 의사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충분히 듣고 그 욕구에 눈높이를 맞추면서 함께하겠다는 자세가 먼저라 하겠다.
요즘은 첨단 기기의 발달로 소통하는 수단과 방법은 크게 발달하고 있지만 오히려 진정한 소통보다는 '닫힌 소통', '끼리끼리의 소통'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정에서도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하는 대화보다는 따로따로 바쁘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더 영향력을 갖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몸에서 피가 잘 통하지 아니하면 동맥경화가 될 수 있고, 물이 흐르지 않고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썩게 마련이며, 도로가 막히면 교통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듯이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대화와 소통이 활발해야 건강하게 된다.
새해에는 가정에서부터 소통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사회에서도 정치권을 비롯해 세대간, 계층 간, 노·사간 활발한 소통으로 모두 건강한 관계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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